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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본인 동의 없이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위헌”
-“불복 제도도 없어 신체의 자유 과도하게 제한”

-재산 목적으로 법 악용한 행태에 제동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보호자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현행 정신보건법 일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과 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이 위헌이지만 즉각 효력을 중지시킬 경우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우려돼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입원 대상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 제도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아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호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판단만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박모(60) 씨는 2014년 자녀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그러나 박 씨는 “경미한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을 뿐 병원에 강제입원할 정도는 아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를 청구했다. 인신보호란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강제입원된 사람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는 절차로 지난 2009년 처음 시행된 제도다.

박 씨는 이어 강제입원의 근거가 된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14년 5월 헌재에 제청했다.

헌재는 “정신질환자를 신속ㆍ적정하게 치료하고, 정신질환자 본인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면서도 “입원치료나 요양을 받을 정도의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의사 소견만 있으면 누구나 보호입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녀가 부양의무를 면하거나 재산을 뺏으려는 목적으로 보호입원을 악용할 수 있는데 현행 정신보건법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보호자가 의사와 공모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거나 사설 응급이송단을 이용해 정신질환자를 불법으로 이송하고, 감금ㆍ폭행해 사회 문제가 돼 왔다. 정신병원 역시 수익을 위해 범죄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가족 간 재산 분쟁이나 소송 등의 목적으로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던 사회 문제가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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