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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야 대치 정국의 끝은?
지금 여야 간의 대치는 점점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갈등의 발단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였다. 이 과정에서 중심 인물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등장한다.

과거에도 국회의장이 논란과 국회 파행 중심에 섰던 적은 있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후 이른바 ‘날치기 통과’에 일익을 담당했을 때다. 하지만 정 의장과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 개원 후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번이나 국회 공전과 파행의 중심에 섰다. 

첫 번째 국회 공전은 국회의장의 개회사 때문이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여당의 반발을 불러왔고, 그래서 여당의원들이 국회의장실에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번엔 국회 차수 변경 문제와 본인 발언 때문에 여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 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라 할 만하다. 또 여당이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것도 국감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초유의 일들은 도대체 왜 벌어지는 것일까? 바로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모두는 이번에 밀리면 ‘끝’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여당인 새누리당은 피해의식마저 갖고 있다. 바로 여소야대 국면 때문인데, 거기다가 의장까지 야당 출신이어서 피해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면 국회의장은 좀 더 조심히 행동했어야 옳았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의 옳고 그름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회의장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엄정한 정치적 중립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치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같은 경우에도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어버이 연합 청문회만 말하지 말고, 새누리당이 카드로 사용했던 개헌특위 구성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면,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다가 “맨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야당 입장에 서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이런 단어도 공석이든 사석이든 삼가했어야 옳았다.

어쨌든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떠나, 그 원인의 부분적 제공자는 다시금 국회의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친박ㆍ비박 가릴 것 없이 국회의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이 스스로 사퇴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세균 의장은 절대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물러나게 되면, 본인의 정치 생명은 끝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 의장의 다음 행보가 대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얘기까지 듣고 있는 정치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단식 농성과 릴레이 시위를 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농성이기에 이제 공은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시 말해서 이제 국회의장은 새누리당이 농성을 그만둘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세균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국회의장 입장에선 이것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자칫 본인 스스로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음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살신성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아직 우리나라에 그런 모습을 보인 정치인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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