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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송월주 큰 스님 “고고한 산중에 살면 안되잖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조실은 법상에 올려놓고 대중과 함께 살아야죠. 고고한 산중에 살면 안되잖요.”

불교계 큰 어른, 송월주 스님(82)은 한국 현대 종단사의 분깃점을 이룬다. 월주 스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불교계 개혁의 중심에 월주 스님이 있기 때문이다. 1980년과 1994년 두 차례의 조계종 총무원장과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을 통해 불교의 개혁과 세상 속 불교를 실천해온 월주 스님이 회고록 ‘토끼뿔,거북털’(조계종출판사)을 냈다. 1980년 ‘10.27 법난’, ‘육비구 할복 사건’ 등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난과 험곡을 걸어온 한국불교의 산 증인답게 회고록은 현대불교종단사이자 시대의 증언록이라해도 틀리지 않다.

스님은 지난 26일 금산사에서 회고록 출간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직도 내 삶은 진행형이다.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의욕을 보였다. 천년 사찰 금산사는 정읍 태생인 스님이 스물넷에 출가해 3년만에 첫 주지가 된 사찰이다. 3년전 조실로 추대돼 만월당에 거처하고 있지만 스님이 이 곳에 머무는 날은 일년 중 두 달여에 불과하다. 빈곤국가를 돕는 지구촌공생회, 위안부 나눔의집,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재단 등 길에서 보내는 날이 더 많다. 스님은 평소 “진리는 세간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법을 삶의 지침으로 삼아왔다. 공부하면서 실천하고 수행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먹게 해줘야 해요, 다친 사람은 치료하고, 외로운 사람은 위로해 줘야죠. 배고픈 사람에게 아무리 불법을 설파해도 귀에 안들어가죠. 원초적 고통을 해결한 뒤에 법을 말해야 소화가 된다는 거에요.”

1954년 스물넷에 속리산 법주사에서 금오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월주 스님이 3년만에 금산사 주지가 된 데는 시대적 필요에서였다. 당시 대처승이 차지하고 있는 금산사를 정화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대처승들의 반발과 법정 소송, 재정적인 문제와 대중들의 마음을 다잡는 일까지 노심초사하던 스님은 큰 병을 얻었다. 백약이 무효였다. 피골이 상접한 상태에서 어느 날, 출가사문이 돼 이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 되겠는가 싶었다. 약봉지를 담장 밖으로 버리고 은사에게서 받은 화두 ‘이 뭣고’를 붙들었다.

“번뇌망상에 물러서지 않고 3개월동안 화두에 매달리니 점점 마음이 안정되고 건강이 회복됐죠. 그동안에는 금강경을 읽어도 이론적으로만 알고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그대로 들어오더라고요. 환희심이 일고 마음이 부처라는 깨달음이 왔죠.”

‘이 뭣고’는 나한테 한 물건이 있으되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다. 하늘을 바치고 땅을괴고, 밝기는 해와 달보다 밝고 검기는 칠보다 검고, 이러한 것이 나와 더불어 있지만 미처 거두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혜능스님의 화두가 근원이다.

2000년대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종교 지도자 삼총사’로 불렸던 스님은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종교인은 사회의 빛, 소금이 돼야 합니다, 못하게 되면 국민으로부터 비판받고 신뢰를 잃어요. 계속 참회하고 돌아보고 종교인의 사명, 향도자의 역할을 다하도록 반성해야 합니다.”

“내 삶은 진행형이다”는 스님은 “앞으로 해왔던 일을 계속하면서 부족한 걸 채우고 채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념논리보다 중도적 입장에서 대안제시를 해온 스님의 운동방법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끈질기게 하는 것.

“지구촌 공생회도 멀었어요. 지금까지 빈곡국가에서 2300개 우물을 팠습니다, 식수난 겪고있는 사람이 13억이래요 아직 멀었죠. 학교를 짓는 것도 아직 멀었죠. 이상을 향해 가지만 과정이 중요하죠.”

이번 회고록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 미루자고 했으나 주위의 권면으로 꾸려졌다.

회고록은 오래전 석주 스님이 온양에 노인복지관을 지으려 연 전시회에서 본 혜능 육조단경의 내용이 오래 남아 제목으로 삼았다. ‘토끼뿔 거북털’은 세상에 없는 걸 비유한 말이다. 구할 수 없는 걸 찾아 허송세월하지 말고 세간에서 진리를 깨닫고 전하고 더불어 살아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스님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물었다.

“자기 하는 일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부족하더라도 비교하지 않고, 이 정도하면 낫지 않여, 만족하면 행복한거여, ”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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