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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토스카의 낙하’가 허무하지 않은 이유
길고 길었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선선한 날씨가 반갑기도 하지만 어느새 쓸쓸함이 가슴에 파고들곤 한다. 고독의 계절, 오롯이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외로운 감성을 달래줄 극적인 이야기 한 편을 만나고 싶다.

국립오페라단이 2016-2017 시즌을 열며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 ‘토스카’를 오는 10월 13일~16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대부분의 오페라 작품이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주로 여주인공이 죽는 결말-를 다루는데, ‘토스카’ 역시 삼각관계에서 비롯한 비극이란 점에서 전형을 따른다.

하지만 ‘토스카’는 긴박한 전개로 관객을 흡입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는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베리스모 오페라다운 특징이기도 한데, 하룻밤 사이 세 주인공이 운명의 굴레에 얽혀 죽음에 내몰리는 이야기가 120분 간 격정적으로 흘러간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시대 로마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토스카, 그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토스카에게 욕망을 품은 경찰총장 스카르피아 세 남녀의 이야기다. 토스카를 차지하기 위해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정치범 은닉죄로 구속한 후 토스카에겐 이를 미끼로 하룻밤을 허락할 것을 요구한다.

토스카는 마지못해 거래에 응하다 결국엔 그를 살해한다. 한편, 카바라도시는 총살형을 당하고, 토스카 역시 살인죄로 경찰에 쫓기다 성벽 위에서 뛰어내린다.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이 작품의 백미다. ‘노래로 살고 사랑으로 살았는데… 왜 주님은 어째서 제게 이런 보답을 하십니까?’라는 내용의 가사는 노래와 사랑에 대한 찬미와는 거리가 멀고, 스카르피아에게 자신의 몸을 내줄 수밖에 없으며 결국엔 칼로 그를 찔러 죽이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노래에 가깝다.

‘토스카’는 대비의 미학을 구현하는데 탁월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스카르피아로 대변되는 폭력적인 부분과 성당을 배경으로 한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한 무대에 동시에 펼쳐진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다니엘레 아바도(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아들)는 이탈리아 정치가 무솔리니의 ‘파시즘’ 그림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아바도가 그리는 ‘토스카’는 1800년이었던 원작 배경을 1930년대 파시스트 정권 시기로 옮겨와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토스카의 쓸쓸한 낙하를 바라보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가을 낙엽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과 이별하는 이 모습이 마냥 허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생에 치열하게 사랑하며 붉게 타올랐으니 말이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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