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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캬~ 붓고 마시고… 뮌헨이 취하다
-맥주 원조 ‘옥토버페스트 축제’ 절정속으로…작년 590만명이 770만ℓ 마셔…올핸 테러우려 등으로 다소 ‘밍밍’


“오 차프트 이스!” (O’zapft isㆍ맥주통이 열렸다)

디에터 라이터 독일 뮌헨 시장이 맥주잔을 손에 들고 축제의 시작을 알리자 어디선가 펑펑 하는 축포 소리가 들려왔다. 텐트 안에 모여든 사람들은 환호했다. 텐트 밖에는 비구름이 가득했지만, 제대로 된 맥주를 즐기겠다며 몰려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밝게 폈다.

세계 최대 맥주 행사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뮌헨 테레지엔비제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올해로 183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내달 3일까지 약 2주 동안 열린다. 행사에서는 맥주 종주국의 노하우와 자부심이 가득 담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공연과 놀이기구 등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즐비하게 차려진다.

행사장은 10만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이 준비돼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자면 행사에는 약 590만 명이 방문해 770만 리터의 맥주를 마셨다. 1리터 당 평균 가격이 10유로(1만2000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맥주 매출만 1000억 원에 달한다.



▶옥토버페스트를 뒤덮은 먹구름… 난민, 아류=옥토버페스트의 기원은 뮌헨이 속해 있었던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1세) 황태자와 작센의 테레제 공주가 결혼식을 올렸던 1810년 10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에른 왕국은 결혼을 기념해 대규모 경마 경기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기존에 있었던 가을 맥주 축제와 결합해 1819년부터 연례 행사로 치러지기 시작했다. 이후 1872년부터는 10월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을 감안해 9월 중순 이후 처음 맞는 토요일로 행사 시작일을 앞당겼다.

행사는 183회를 맞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전염병 때문에 개최를 못하기도 했고, 1ㆍ2차 세계대전 등 전쟁 때문에 행사를 중단한 적도 몇차례 됐다. 1980년에는 한 극우파가 행사장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13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 역시 행사 분위기가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난민 유입으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지난 7월 테러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는 바람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뮌헨 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축제장 입구에 펜스를 치고 백팩 같은 큰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대신 철통같이 삼엄한 경비가 행사장을 지배한 것이다.

여기에 행사가 열린 첫 주말 동안 큰 비가 내려 행사 분위기를 더욱 흐렸다. 첫 주말인 17∼18일 이틀간 방문객은 5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행히 지난 주말 사이에는 날씨가 개었지만, 행사 기간 중 또 한차례 비 예고가 있는 상황이다.

행사가 유명세를 타면서 세계 각지에 같은 이름의 유사 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걱정꺼리다. 중국 칭다오나, 캐나다 온타리오 키치너, 브라질 남부 산타카타리나 블루메나우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비록 뮌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많게는 수백만명이 몰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밖에 다른 나라에도 크고 작은 아류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원조의 입장에서 아류들이 난립하는 것은 이름값을 떨어뜨리를 수 있고, 관광객을 빼앗길 수도 있어 뮌헨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아류는 따라올 수 없는 뮌헨 옥토버페스트만의 철학=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맥주 종주국으로서의 깐깐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로 정확히 500주년을 맞은 ‘순수령’(Reinheitsgebot)에 따라 만든 맥주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옥토버페스트에는 뮌헨 시가 선정한 6대 맥주 회사(아우구스티너, 하커 프쇼르,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파울라너, 슈파텐)만 맥주를 판매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순수령을 지키고 있다.

맥주 순수령은 맥주를 만들 때 4대 원료(물, 맥아, 홉, 효모) 이외의 재료는 넣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핵심으로 한다. 16세기 도시가 발달하면서 맥주 소비가 늘어나자 양조업자들은 맥주에 향초나 향신료, 과일을 넣어 제조하면서 과열 경쟁을 벌였다. 이에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는 맥주 품질을 향상시켜 조세 수입을 늘리고, 밀이나 호밀의 맥주 사용을 금지해 식량을 확보하고자 순수령을 발표했다. 맥주 원료뿐만 아니라 가격, 제조 시기까지 깐깐하게 규정함으로써 오늘날 독일 맥주의 명성을 쌓아올리는 근간이 됐다.

한 외신 매체는 “독일 양조업체들에게 순수령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훌륭한 도전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문제를 막고 독일 양조의 아름다운 단순성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85%가 전통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순수령을 유지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대기업이 아닌 개인 혹은 소규모 양조장이 고유의 레시피에 따라 제작한 수제 맥주)의 유행과는 동떨어진 행보다. 이에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최신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오히려 순수령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맛의 맥주를 개발함으로써 양조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술 축제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주도’(酒道)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주최 측은 2005년부터 축제 기간 중 음주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조용한 옥토버페스트’를 표방하고 있다. 대형 맥주 천막에서는 오후 6시 이전에는 시끄러운 대중음악 대신 바이에른의 전통 관악곡만 음량 85데시벨 이하로 연주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옥토버페스트의 대표 맥주인 ‘메르첸’ 맥주에도 그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는 주장도 있다. 메르첸은 카라멜 맥아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진한 단 맛이 있고 알코올 도수가 5~6% 정도로 높은 편이어서 많이 마시는 것이 버거운데,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적당히 축제를 즐기자는 철학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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