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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해양생물 다양성, 그 어울림의 가치…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갖가지 꽃이 어울려 피어야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는 속담이 있다. 자연을 따라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드는 영국식 정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 수풀들이 무심코 어우러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질서해 보이는 정원의 다양성이 벌, 나비 등 다양한 곤충과 새들을 불러들인다. 필자는 놀이동산에서 흔히 보는 인공미가 엿보이는 정원보다는 영국식 정원처럼 가능한 한 자연을 살린 정원을 선호한다. 자연이 간직한 ‘생물다양성’을 온전히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생물종 및 유전자 특성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요소의 다양성을 일컫는 말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미생물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기록된 생물종은 약 164만여 종으로, 이 중 해양생물은 대략 22만8000여 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해양에 존재하는 실제 생물 종수는 220만여 종으로 추정된다. 즉, 인류는 90%에 달하는 해양생물을 아직 알지는 못하는 셈이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생물다양성이나 생물의 분포 현황, 그 가치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적다.

산업화, 도시화 등 개발사업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계 및 생물의 서식처 파괴 등으로 인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전체 생물종의 약 50%가 멸종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제사회는 1972년 유엔환경개발정상회의(UNCED)에서 생물종의 감소 및 환경문제 논의를 시작했다. 1992년부터 생물다양성협약(CBD)을 통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의 이용 및 파생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 등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해양은 모든 나라를 하나로 연결하는 공유자산이기 때문에 우리만 해양환경을 잘 보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양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해양부문의 새로운 규범형성을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997년부터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올 초에는 해양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 ‘보호대상해양생물 보전계획’도 세웠다. 이에 따라 해양생태계 조사 및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생물다양성 및 보전가치가 높은 해역 또는 갯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집중 관리하는 한편, 점박이물범, 붉은발말똥게 등 보호대상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이 지속가능한 수산자원의 이용으로 이어지려면 해양환경보호와 수산자원분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불법어업, 남획 등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은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불균형을 초래하여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이는 다시 수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한 번 파괴된 해양생태계는 원상태로 복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불법어업·남획과 해양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등 지속가능한 해양환경을 고려한 수산업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CBD사무국과 공동으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서울에서 해양환경과 수산분야 간 정보공유, 시너지 창출 및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계 해양-수산 국제기구 포럼’을 개최한다.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농업식량기구(FAO)를 비롯한 30여개 해양ㆍ수산분야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물다양성 목표(아이치타겟, 2011-2020)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국제협력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1962년 발표된 책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DDT) 사용 금지를 이끌어내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텅 빈 바다’를 온전히 되돌리기 위해서는 환경보호를 통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해양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철학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여야 할 것이다.

올해는 해양수산부가 주창한 해양르네상스 시대의 원년이다. 해양역사, 문화, 산업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지금, 해양환경과 수산의 조화로운 만남은 우리 바다를 새로이 조명하고, 미래세대에게 해양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큰 의의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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