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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당히’ 문화로 읽어낸 한국전통의 美
지난 35년간 문학 현장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비평가 이남호의 에세이집. 1980년 등단 이래 날카로운 비평으로 문학안팎에 의미있는 발언을 해온 저자가 월간문예지 ‘현대문학에’ 연재한글을 모았다.

저자는 한국의 주거 등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문학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를 읽어내 그것의 현재적 의미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한국인의 주요정서로 ‘적당히’를 꼽는다. “우리는 끝장내는 것 보다 적당히 하는 것에 익숙했으며, 다하는 것보다 남기는 것에 익숙했으며, 완전한 것보다 모자라는 것에 익숙했던 것 같다”며, 이를 남김의 미학이라 이름짓는다.

형식이 느슨한 시조창, 사용자에 따라 달리 쓰임을 받는 사랑방의 가구, 설렁 설렁 그린 듯한 그림과 단장하지 않은 듯한 정원 등이 바로 그런 예들이다.

또한 옛 이야기에서 ‘춘향전’의 변학도나 ‘흥보전’의 놀부는 나쁜 짓을 하기는 하나 ‘끝장’에 이르지 않는다.

결말은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일본소설의 파국이나 최근의 막장드라마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 이런 ‘적당히’의 문화는 흔히 부정적인 측면으로 여겨져 왔지만 저자는 여기에 새로운 긍정의 의미를 부여한다. 가령 스마트폰의 경우 사용자가 설치하는 앱에 따라 완성되고 최신 전자기기와 넘쳐나는 정보 역시 그것을 사용하는 자의 몫이라는 점은 전통적인 남김의 미학과 상통한다고 본다.

경쟁과 완벽함에의 추구가 낳은 현대 병리학적 현상들 속에서 남김의 여유는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옛 우물에서 오늘날의 삶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길어 올린 통찰과 글이 깊고 시원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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