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10만여명중 1만8000여명 참가 4대은행 참가율은 고작 3% 파업동력 약화 불가피

[헤럴드경제=정순식ㆍ강승연 기자] 성과연봉제 반대를 기치로 내세운 금융노조가 23일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시중은행 창구는 큰 혼란없이 정상 업무를 이어가는 등 우려했던 금융대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00년과 2014년에 이어 역대 3번째 총파업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총파업에 1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참가율은 15% 수준이다. 그나마 영업점이 많은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파업 참가율이 3% 내외로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은행 업무 상당수가 자동화기기(ATM)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고객 불편은 없는 상황이다.

은행 총파업 첫 날…각 영업점 차분한 분위기 속 정상 영업
23일 금융노조가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일선 점포는 큰 무리 없이 정상 영업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신한은행 서울광장 지점 모습.

▶ 파업 첫 날 오전 영업점 차분한 분위기= 시중은행들이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일선 영업점은 큰 차질 없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업무의 90% 가량이 ATM 등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 두드러진 업무 차질이 벌어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게 점쳐져 왔었다. 앞서 지난 2014년 총 파업 당시에도 고객불편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우리은행 소공동 지점은 전 창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신한은행 서울광징지점 또한 전 창구에서 업무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서울광장지점을 찾은 인근 기업 회계 담당자인 이모씨는 “법인 주거래은행이어서 평소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파업일에도 영업하는 지 알고 있었다”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직원 급여 이체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고객 박모(37)씨는 “창업 관련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러 왔다”면서 “총파업 소식을 듣긴 했지만 출근하면서 은행이 정상 근무하는 것처럼 보여서 상담을 받고 가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 은행들은 고객이 몰리는 오후 2시 이후부터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일부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 조치의 활용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들은 앞서 파업 참가율에 따라 본점 인력의 영업점 활용, 경력자 임시 채용, 거점점포 활용 등 다각적인 비상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또한 이날 오전 17개 은행 본점에 검사역 50여명을 파견해 놓았으며, 한국은행 또한 파업으로 금융 전산망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상황반을 가동하고 있다.

▶ 파업 파장 따라 성과연봉제 협상 판가름날 듯= 이번 총파업의 성패는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협상에 절대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가 이번 파업의 명분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 전격적으로 총파업을 진행했음에도 은행 영업이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경우 금융노조의 파업 동력은 크게 약화되며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응집력 또한 크게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개별 노조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키로 협상 전략을 수정한 상태로, 금융노조와의 산별교섭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지면 결국 각 은행들의 개별 노조는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시중은행들은 결국 앞서 성과연봉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금융공기업처럼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자산관리공사,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들은 지난 5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사후 노사 합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노조가 예고한 2차, 3차 총파업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협상에 따라 추가적인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입장을 정한 상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아직 시중은행들 중 이사회 결의까지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9ㆍ23 총파업의 위력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