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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IJ, “이번엔 바하마리크스”…바하마 17만 5000개 회사에 연루된 해외인사 명단 공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1일(현지시간) 유명 조세피난처인 바하마에 등록된 법인 17만 5000여 곳의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량은 약 130만 파일에 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부친, 사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전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과 유명인사들이 조세회피를 시도한 의혹이 제기됐던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가 발생한 지 5개월 만이다.

ICIJ는 이날 지난 1990년부터 올해 초까지 바하마에서 설립된 법인의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ICIJ가 입수한 문서 중에는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닐리 크뢰스 전 경쟁담당 집행위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포브스 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여성”에 다섯 차례 선정된 바 있다. ICIJ가 입수한 문서에는 그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바하마 법인이었던 ‘민트 홀딩스’의 이사로 재임했다고 기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뢰스와 함께 이사로 있던 이들은 요르단 사업가 2명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UAE) 역외법인을 설립해 미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뢰스 전 집행위원은 한때 록히트마틴 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사진=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문제는 2004년 크뢰스가 EU 집행위원이 될 당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 규정에 따르면 모든 집행위원은 다른 전문 분야에 종사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취해서는 안된다. 기록대로 크뢰스 전 집행위원이 2000~2009년 바하마 법인의 이사를 역임했다면 이는 EU규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크뢰스 전 집행위원의 변호사는 독일 인터넷매체 쥐트도이체 짜이퉁에 “사전에 이를 밝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라면서 “하지만 크뢰스는 민트 홀딩스가 사업을 철수한 줄 알았다. 이는 크뢰스가 EU 집행위원을 맡기 전이다. 크뢰스가 해당 법인을 통해 얻은 수익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변호사는 크뢰스가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로 EU 집행위원회의 신뢰도에 흠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FT는 “조세 매뉴얼 바로소 전 EU 집행위원 조장이 골드만삭스의 자문으로 들어가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가 터졌다”라고 지적했다. 코뢰스 전 집행위원는 불법적인 세금 감면으로 애플에 130억 유로(약 16조 2000억 원)을 징수한 EU 집행위의 결정에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크뢰스 전 집행위원이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에 임명됐을 때 언론과 여론은 그가 “친기업적인 인물”이라고 우려했다.

ICIJ가 폭로한 바하마 문서에는 크뢰스 전 집행위원 외에도 미국, 유럽국가, 아프리카, 중동아시아,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캐나다 3대 은행이 약 2000여 개의 역외법인을 고객으로 둔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 가디언 지는 영국 내무장관인 앰버 루드도 바하마에 있는 역외법인 2곳의 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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