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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영재를 원한다면 조직부터 만들어야
최근 BMW가 만든 ‘First Drive’라는 콘셉트의 광고 캠페인에는 11살짜리 김건이라는 꼬마 아이가 모델이 됐다. 콘셉트에 맞게 첫 번째 자동차 드라이브를 한 이 꼬마아이는 안전장치를 한 상태에서 홀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 체험을 경험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김건이라는 아이가 누구이길래 이런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걸까.

이 아이는 이른바 ‘자동차 영재’다. 특별히 따로 공부를 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프라모델에 푹 빠졌던 아이는 자동차 장난감만 무려 1400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프라모델에서부터 비롯된 아이의 관심은 점점 깊어져 자동차 종류들과 그 제원들을 하나하나 다 외우다시피 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20층이 훌쩍 넘는 아파트 옥상에서 자동차의 윗면만 보고도 그 종류와 연식까지 알아맞히는 놀라운 경지(?)에 이르게 했다.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 아이는 CCTV에 멀찍이 찍혀 경찰들도 구분 못하는 뺑소니 차량의 종류와 연식을 알아 맞춰 결국 뺑소니범 검거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김건 같은 영재의 탄생에는 개인적인 천재성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아이의 자동차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로서 아이가 본래 갖고 있던 천재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가진 관심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지지해준 부모와 가족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재발굴단>에서 가끔 보여주는 이런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들에는 항상 그 아이들을 지지해주는 부모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가끔 기업에서 강연을 요청받을 때가 있는데 최근 들어 부쩍 요구하는 주제가 바로 ‘조직 문화’에 대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뛰어난 영재들을 얻을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즘처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결국 기업을 살리는 건 뛰어난 영재들이라는 걸 공감하고 있는 눈치다. 그들은 ‘수평적 조직 문화’가 지금의 영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대해 필자는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지적하곤 한다. 즉 수평적 조직 문화는 영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방편이 아니고 오히려 현재 있는 조직원들을 영재로 만들어주는 실제적인 조직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실제로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들어온 영재라도 그저 평범해지거나 혹은 버텨내지 못하고 나가게 될 것이다. 반면 실제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해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항들을 기업의 목적과 맞춰 적극적으로 키워낼 수 있다면 평범한 이들 역시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 김건이라는 아이의 경우처럼.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린다 힐 교수팀은 <혁신의 설계자>라는 저서에서 이제 조직에서 중요한 건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집단 천재성’이라고 했다.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게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 천재적 개인의 역량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영재를 원한다고? 먼저 그 영재가 탄생할 수 있는 조직부터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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