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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달새 수천만원 뚝뚝”…하남·강동 전세시장 분위기 반전
고덕주공등 재건축 이주 마무리
미사지구 입주 올 본격화 따라
하남시 5개월째 마이너스행진



서울 잠실에 직장을 둔 최모(37) 씨는 지난해 소위 ‘전세난민’을 경험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에 살던 그는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서 작년 3월에 하남 덕풍동에 있는 B아파트(전용 59㎡)로 이사했다. 전세계약을 맺고 집주인에게 건넨 전세금은 2억2000만원. 고덕주공에서 빠져 나오며 돌려받은 전세금에 은행서 대출받은 1억원을 보탰다. 최 씨가 들어간 뒤로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꾸준히 올랐다. 올해 1분기엔 실거래가가 2억9500만원을 찍었다. 수개월새 7000만원 넘게 뛴 것. 하지만 현재 전세시세는 2억40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최 씨는 “몇달만 늦게 옮겼다면 아마 수천만원을 더 대출받아 전셋값을 충당해야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남의 아파트 전세시세가 최근 5개월간 내리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인근 강동구 재건축 이주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지난해 이맘때와 상반된 모습이다. 사진은 하남시 신장동에 들어선 스타필드 하남과 주변 아파트.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을 강타한 전세난의 주요 배경이 됐던 경기도 하남과 서울 강동구 등의 분위기가 1년새 반전됐다. 하남시 C공인 김모 사장은 “작년하고 올해까지 전세가 동향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전세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올해 초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올 여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이 가장 극적인 곳은 하남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9월부터 2015년 9월 사이 하남시 전셋값은 11.67% 올랐다. 조사대상인 경기도 46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강동구도 10.37% 오르며 서울 전셋값 상승에 기여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강동구 고덕주공2ㆍ3단지와 삼익그린 등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이주에 나선 게 영향을 줬다. 새집을 찾아 나선 수천가구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통계청 통계를 살펴보면 작년 1~8월 사이 강동구에서 경기도로 옮겨간 순이동자수는 1만명을 넘었다. 2년 전 같은 기간 순이동자수와 비교하면 172% 늘어난 것.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하남시를 택했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전셋값 수준이 낮으면서도 서울에서 가깝기에 대체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다시 현재로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하남의 아파트 전세가는 4~8월 내리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하남만큼은 아니지만 강동구 전세가 변동률도 지난달 보합(0.00%)을 기록하는 등 차분한 상황이다.

몇몇 단지의 실거래 상황을 보면, 덕풍동 덕풍쌍용 전용 84㎡의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해 말 2억4000만~2억8000만원 수준에서 최근 2억2000만원까지 내려갔다. 금강KCC 전용 84㎡의 전세 시세도 같은 기간 수천만원 내려갔다. 하남 J공인 관계자는 “작년 여기 주택시장을 흔들었던 재건축 이주대열은 이제 사라졌고, 미사강변지구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하면서 기존 아파트들의 전셋값이 제 수준을 되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사강변도시 내 새 아파트들의 전세시세는 3억원 내외(전용 84㎡ 기준)다. 가까운 강동구나 송파구, 위례신도시 시세와 비교하면 크게는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를 이용해 전셋집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목격됐다. 내년 초 결혼 날짜를 잡은 직장인 송민주(31ㆍ여) 씨는 “미사지구의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59㎡짜리를 신혼집으로 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는 2년 뒤에 미사지구의 전셋값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사지구보다 먼저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이미 초기 입주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며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다. 위례신도시 에코앤롯데캐슬은 올 1월만 해도 2억9500만~3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8개월쯤 지난 지금 실거래가는 3억8000만~4억3000만원으로 올라갔다.

주목받는 단지는 이달 말 관리처분 임시총회를 여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1~4단지를 합쳐 1만가구가 넘는 이 거대 단지가 움직이면 하남은 물론 강동구 전세시장은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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