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ㆍ구민정 기자] #. 대학교 건축학과 동기인 건설사 홍보실 직원 A 씨와 일간지 기자 B 씨, 한 지자체의 건설 관련 공무원으로 일하는 C 씨가 만나 당구를 쳤다. 절친인 이들은 예전에도 만나 간단히 밥을 먹고, 당구장으로 향하곤 했다. 세시간 가까이 당구를 친 게임비는 1인당 1만원선. 마지막 판에 게임비 내기 경기에서 진 A 씨가 3명의 게임비를 모두 냈다. 이 경우 김영란법에 의해선 처벌받을까.
결론은 ‘처벌 받는다’이다.
흔히 골프와 스크린골프 등 기존에 접대가 횡행하던 종목에 대해서만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구나 볼링, 스쿼시 등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스포츠 종목도 같은 적용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라 함께 스포츠를 즐긴 사람들 간의 ‘업무 연관성’이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업무 연관성이 있는 상태에서의 골프나 스크린골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은 알려졌지만, 당구나 볼링 등 다른 종목 역시 그렇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진은 당구와 스크린골프 이미지.] |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접대 운동은 선물이 아닌 편의제공에 해당돼 관련된 우대ㆍ할인ㆍ금액 제공이 원천 금지된다”며 “골프나 스크린골프가 아닌 당구나 볼링 등도 업무연관성이 있다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업무 연관성이 있는 상태에서의 골프나 스크린골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은 알려졌지만, 당구나 볼링 등 다른 종목 역시 그렇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진은 당구와 스크린골프 이미지.] |
김영란법은 사교를 위한 ‘선물’을 물품이나 상품권으로 국한했다. 그 외에 접대ㆍ향응ㆍ편의제공이나 채무 면제 등 경제적 이익을 선물로 제공할 수 없다. 권익위 관계자는 “편의 제공의 경우 선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가액에 상관 없이 처벌 대상”이라며 “게임비가 싼 당구나 볼링은 물론 골프장 게임비가 획기적으로 저렴해지더라도 접대성 스포츠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어길 경우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학교 종사자는 수수한 금품이 1회 100만원 이하일 경우 수수 금액의 2~5배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100만원 초과일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금품을 제공한 측 역시 같은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앞서 든 사례의 세 사람은 2만~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청탁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업무 연관성이 있다면 아예 만나지 말거나, 만나더라도 더치페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건전한 게임으로 당구 한 게임, 볼링 한 게임하는 것도 막는게 정상적인 법이냐. 그럼 이해관계자들은 만날때 차만 마시냐’라고 따질 수 있겠지만, 현재 법상은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korean.g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