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6일째인 17일 시민들은 여진의 공포와 태풍이 몰고온 폭우에 한숨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하루에도 규모 2 이상의 여진을 수차례 온몸으로 느끼며 지난 12일에 있었던 지진만큼 강력하거나 더 큰 지진이 올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건물이 부서지거나 집기 등이 파손된 피해를 본 시민들은 대부분 추석 연휴를 맞아 복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간신히 임시 복구만 해둔 상태다.
경주 건천읍에 있는 한 사찰은 규모 5.8 지진 발생 당시 뒷산에서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집무실로 쓰는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내려앉은 모습 그대로였다.
사찰 관계자는 “천둥 같은 소리가 나길래 밖에 나갔더니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있었다. 이후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2차 지진 때 집무실 건물 쪽으로 굴러떨어진 바위에 눌려 변고를 당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읍에 신고는 해둔 상태지만 아직 건물 복구는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 신도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황성동 아파트 주민 주모(39·여)씨는 “지진이 나던 날 아이들 손을 이끌고 아파트 7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간 뒤 불안해서 차 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며 “이후에도 계속 생기는 여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동천동 주민 김영애(53·여)씨는 “추석 때 모인 친지들이 온통 지진 얘기를 하며 당시 불안하던 때를 떠올렸다”며 “추석은 그럭저럭 보냈지만 여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경주 내남면에 사는 60대 농민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지진이 났지만 천만다행으로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진에 이어 태풍 영향으로 농번기수확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 싶다”고 우려했다.
지진 때문에 경주의 관광 산업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휴일에 크게 붐비는 경주교촌마을, 인왕동 고분군 등 유명 관광지는 추석 연휴 평소보다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한 모습이다.
서울에서 온 30대 관광객은 “지진 때문에 경주에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뉴스에서 더 큰 지진은 없을 것이라고 해 모처럼 휴가니만큼 계획한 대로 왔다”며 “감흥은덜하지만 크게 붐비지 않으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주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호텔, 리조트 등 객실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랐다.
호텔 관계자는 “지진 첫날과 둘째 날 예약 취소가 집중됐고 그 이후에는 취소 문의가 많진 않았다”고 했다. 불국사 근처 리조트 측은 “지진이 난 이후 수학여행단, 회사 관광팀 등 단체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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