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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 유엔사무총장③] 10년간 전세계 누빈 반기문 평가는?
[헤럴드경제=신대원ㆍ김우영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해 평균 지구 10바퀴 이상을 돌아다닐 정도로 지난 10년간 전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만큼 평가도 천양지차다.

지난 5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을 ‘실패한 리더’로 평가했다. 심지어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고도 했다. 반 총장을 비판하는 측에서 빼놓지 않고 꼽는 예다. 강대국 간 세력다툼의 축소판 속에서 유엔 수장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2009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유엔의 투명인간’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내전이나 난민구호 같은 유엔의 책무는 물론 유엔 내부 개혁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반 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관계자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평화유지군의 성범죄 의혹이 2005년 유엔 보고서에서 처음 제기됐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중점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런가하면 유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며, 이 때문에 유엔에 관료주의가 만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반면 비판의 초점이 되는 ‘지나치게 무난하다’는 평가는 뒤집어 보면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말 파리 기후변화협약 합의를 이끌어낸 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반 총장의 업적이다.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합의가 도출되고, 특히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인 중국(20%)과 미국(17.9%)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반 총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특유의 성실함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반 총장은 각국 대표의 회담 요청을 거의 빠짐없이 응한다”고 전했다. ‘역대 가장 부지런한 사무총장’이란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반 총장은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언론보도를 챙겨보는 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해 유엔 창설 70주년 총회를 맞아 반 총장의 긴박하고 바쁜 일상을 대변인과 전속사진사, 통역사, 학생대표 등의 시각으로 그린 ‘유엔총회 무대뒤에서(Behind the Scenes of the UN General Assembly)’라는 제목의 9분33초짜리 동영상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대선이 1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성공 여부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무총장 퇴임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결심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의지를 시사했다. 반 총장은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미국 대선후보들도 70세, 76세다.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는 체력 같은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도 했다.

문제는 그의 대권도전의 성공 가능성 여부다.

반 총장은 한국갤럽이 지난 6월부터 그를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포함해 실시해 온 여론조사에서 매달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6월 26%, 7월 27%, 9월 27%로 꾸준히 2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여론조사 결과 세부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기간 10% 후반대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켜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10%p 가량 앞선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만 본다면 반 총장의 경쟁력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다만 정통 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이 총선도 아닌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 대권을 거머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갈수록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적 역할이 확대되고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 총장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국내에서 정치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는데다, 10여년 동안 국내를 떠나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경쟁력이 본선까지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반 총장의 대선 도전 성공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반반’(半半)”이라고 총평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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