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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많던 역전세난 어디로? “입주 늘어나는 내년 이후가 문제”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긴장케 했던 역전세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내년 이후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업계와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이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 여력이 낮고, 대규모 입주물량 공급으로 역전세난 가능성에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분양시장 열기는 꾸준하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헤럴드경제DB]

▶전셋값 주춤…공급과잉 땐 주택시장 충격=전셋값 상승세 둔화는 역전세난 확산의 첫번째 징후다. 지난해 신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던 국내 주택시장은 올해 들어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세가 모두 소폭 둔화했다. KB부동산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0.5%, 전세는 0.9%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비수도권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전세시장은 높은 전셋값 부담으로 약세국면에 들어섰다. 저금리 기조로 순수 전세 물건은 부족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셋값은 2009년 3월 이후 89개월 연속 상승세지만 최근 상승폭은 둔화했다. 지난 7월 전셋값 상승률은 0.10%로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매매가격 상승률을 밑돌았다.

높은 전셋값은 매매가격의 턱밑까지 치솟은 상태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최고치에 근접했다는 의미다. 전셋값은 1986년 이래 연평균 7.9%씩 상승했다. 특히 2009년 이후에는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7월 전세ㆍ매매 비율은 75.4%다. 경기 고양시(81.5%), 의정부(81.9%), 용인(80.3%) 등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치솟으며 80%를 웃돌았다.

위례와 하남 미사지구 영향으로 서울은 7년 5개월 만에 전세ㆍ매매 비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구(-0.8%), 강동구(-0.8%), 송파구(-0.6%), 하남(-0.6%) 등에서 역전세난이 불거졌다.

역전세난 우려는 신규 입주물량이 급증하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일부 지역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컨설팅팀장은 “지역별 편차가 커지면서 일부에선 공급과잉 여파가 퍼지며 전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산 등 현재의 강세 지역도 점차 약보합세를 거쳐 내년 소폭 조정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세는 소폭 둔화했다. 특히 비수도권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다. 지난 7월 전셋값 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매매가격 상승률을 밑돌았다. [헤럴드경제DB]

▶대규모 입주물량 예정 지역 ‘역전세난 주의보’= 추석 이후 전국에 쏟아지는 분양물량은 10만 가구에 달한다. 정부의 8ㆍ25 가계부채 대책을 비웃듯 청약시장 열기에 건설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진 모양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추석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신규분양 물량은 81개 단지, 5만5622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66개 단지, 4만9682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총 10만5304가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도 상반기와 같은 분양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양극화는 심해지겠지만, 저금리 기조에 분양시장의 열기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권과 용산구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상승도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1월~7월) 주택 거래량은 46만8000건으로 예년 수준이다. 특히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철 거래량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급물량 축소에 꿈쩍하지 않던 수요자까지 분양시장에 발을 들여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행보는 미지수다. 입주물량이 급증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탓이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 72만 가구에 달하는 입주가 시작될 예저이다. 매매ㆍ전세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주물량은 전셋값 하락에 큰 요소”라며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상환이 힘들어지면 역전세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전세난 우려는 과거 사례를 토대로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 경기침체와 2004년 주택거래신고제, 2008년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공급물량이 늘면서 역전세난이 불거졌다. 당시 전세보증금은 약 20~29% 하락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임대인의 주택가압류와 소송도 잇따랐다. 금리는 16%대까지 급등하며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도 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시와 제주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주택시장의 공급과잉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진행 중”이라며 “몇 년간 호조세를 통한 가격상승에 대한 피로감 누적 등을 이유로 조정장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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