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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희비 ①] 연휴요? 고향 못가는 우리에겐 고통이죠
-일부 특수직종, 명절에 업무량 몰리고 인력 부족해 고통 호소
-과도한 업무량에 다시 명절 근무 꺼리는 경우도 적잖이 있어
-“평소 인력 보충 통해 명절 근무에도 업무량 부담 줄여줘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종호(50) 씨는 최근 회사에서 추석 당직으로 편성됐다는 소식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휴가로 운전자 숫자는 부족해지는데 오히려 운행시간은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늘어나 훨씬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배차간격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일선 버스기사들에게 명절 당직은 기피 대상이다. 김 씨는 “그나마 정규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비정규직 기사들은 반강제적으로 당직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2. 철도 역무원으로 일하는 성모(34) 씨도 명절이 두렵다. 명절에 더 바쁜 직업 특성상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데, 명절 때마다 불참한다는 친척들의 타박이 올해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매번 혼자 시댁 일을 도와야 했던 아내가 지난 설부터 함께 집에 남으면서 성 씨는 친척들에게 “버릇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성 씨는 “어렵게 원하던 일을 하고 있는데, 명절 때만 되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직장 동료도 비슷한 처지라 오히려 회사에서 위로를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명절에 내려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특수 직종의 경우, 주변의 날카로운 타박이 두렵기만 하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123rf]

명절 연휴를 맞아 귀성길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과 달리 일부 특수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명절마다 고달픔을 호소한다. 대부분 직업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족들과 불화를 겪거나 과중한 업무량에 고통을 겪기도 한다.

자동차 보험사에서 일하는 고성환(32) 씨도 이번 명절에는 회사에 남기로 했다. 오히려 명절기간에 자동차 사고가 많아 비상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휴 기간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487건 정도가 접수된다. 추석 전날에는 평균 822건으로 큰 폭으로 오른다. 이 때문에 보험사 직원들도 명절에 더 바빠진다.

고 씨도 회사에서 명절마다 특근을 강요해 몇년째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고 씨는 “매번 명절 끝나고 고향에 내려가다 보니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겠다”며 “남들 쉬러 가는 모습을 고속도로에서 보다 보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고 씨처럼 명절에 오히려 업무량이 늘어나는 직종이 많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버스기사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업계 종사자들은 명절이 되면 각종 증편과 연장 운행으로 업무량이 늘어나지만, 버스기사들이 명절에 귀성하는 쪽을 선호해 일부 기사들에게 업무량이 과중하게 몰리고 있다. 다른 직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직종에서는 아르바이트생 모집 등의 방법으로 업무 부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전문직종이나 특수직종은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법정공휴일이 아니라며 추가 수당을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명절 당직을 신청했다가 후회하고 다시 꺼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특수 직종에 대해 인력 충원 등 업무 환경을 더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호 노무사는 “평소 인력 확보를 통해 명절 등 연휴에도 업무량이 과도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직종의 경우 업무가 과도해지면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업무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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