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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순방서 인권 문제 회피한 오바마…“세계, 미국의 한계 시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인권 문제를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국 내에서는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권 운동가들은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인권 문제에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해갔다.

미국 정부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베트남, 필리핀 등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이들 국가와 관계가 멀어지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이 중국 반(反)체제 인사에 대해 물고늘어지면 무역, 기후변화, 핵확산 등과 관련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대해 인권 운동가들은 미국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라오스 방문 때 미국에서 교육받은 인권운동가가 4년전 라오스 경찰 검문소에서 사라진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마약 범죄 관련자 2000명 이상을 재판없이 사형시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난도 피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소속 존 시프톤은 “이같은 속도대로라면 연말까지 필리핀에서 600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베트남 방문 때도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은 세계 지도자들이 미국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항저우 공항에서의 홀대 논란,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 등을 언급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오바마 대통령이 만일 정상회담에서 사법 절차에 따르지 않는 사형에 대해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해주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결국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두 대통령이 이날 만찬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났다고 말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야사이 장관은 대기실에서 만찬장에 참석하기를 기다리던 두 정상이 악수를 하고 2분가량 이야기를 나눴으며 “다른 사람이 다 떠날 때까지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과 필리핀이 아주 견고하고 강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필리핀과 손을 잡아야 한다.

필리핀 언론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 재직 시절 중국 회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열린 마음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인권을 억압한 군대에 미국 자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한 ‘레이히 개정안’을 통해 필리핀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토니오 라 비나 마닐라대 교수는 “필리핀은 자국 군대를 현대화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의 이같은 제재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동은 이해할만 하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인권 문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모든 개발도상국가들의 지긋지긋한(fed-up) 감정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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