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脫원전 선언’5년째 獨 현지르포] “독일 국민은 친환경發電 위해 기꺼이 전기료 더 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책 대전환
베를린 인근 거대 풍력단지 실감
2050년까지 전체 발전량 80%로
열병합발전에도 같은 수준 지원
불확실 기후따른 불안정성 극복



[드레스덴(독일)=배두헌 기자]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쓰면 요금이 저렴하죠. 하지만 저는 재생에너지가 포함된, 최저가보다 20% 비싼 전기요금을 선택해 쓰고 있습니다.”

독일 드레스덴 지역 최대 규모 발전회사 드레바그(DREWAG)에서 투어 가이드를 맡고 있는 칼 한츠 라이셔(64)씨의 말이다. 독일은 개별 가구가 복수의 전력 판매회사 중 한 곳을 직접 선택해 전기를 공급 받는데, 라이셔씨와 같이 가격적 측면 뿐 아니라 환경적 편익을 고려해 더 비싼 요금을 기꺼이 지불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일 베를린 인근 상공에서 바라본 지상의 풍력발전 단지의 모습. 이같은 풍력발전 단지는 수차례 등장한다.

‘탈(脫)원전 선언’ 5년째를 맞는 독일은 현재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라는 시대정신 아래 에너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라이셔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이 완전히 전환됐다”며 “신재생에너지를 위해 모든 소비자들이 더 비싼 전기 요금을 내야 해, 불만도 많았지만 이제는 점점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 인근 상공을 지나면서도 수차례 눈에 보이는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는 그의 말을 실감케 했다. 그는 “에너지 생산설비를 개조하는 비용 역시 소비자들의 돈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독일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시작한 건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다. 글로벌 기후 협약 등 이산화탄소(CO2) 감축이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오는 2050년까지 풍력이나 태양열ㆍ태양광 등의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전체 발전량의 8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지역 최대 규모 발전회사 드레바그(DREWAG)에서 투어 가이드를 맡고 있는 칼 한츠 라이셔(64)씨가 이 회사의 열병합발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40여년 간 몸담았던 이 회사에서 은퇴한 후 투어 가이드 일을 자청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 독일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 열병합발전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그러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원은 한계가 있다. 볼프 빈더 독일 열병합발전(CHP)협회 회장은 “풍력이나 태양에너지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이 비추지 않으면 제대로 생산할 수 없는,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독일에서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지원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병합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 발전소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0%정도 높다. 지난해 독일의 총 전력 생산량의 16%인 9만4000기가와트는 열병합발전의 몫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 비율을 2020년까지 21%로 높이기 위해 관련 지원법을 최근 다시 손봤다. 값싼 석탄발전 등으로 전력요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열병합 발전량 비중이 정체되자 올해 1월부터 기존의 지원금액을 2배로 향상시킨 것이다.

연간 지원예산도 15억 유로(1조8500억원) 규모로 확대됐고, 모든 전기소비자의 전기요금에 CHP부담금(4.19유로센트/kWh)을 별도로 부과하여 소요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이 대개 분산형전원인데다 종합적인 에너지효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지만 전력 수요가 없을 때에도 지역난방 공급자로서 열을 생산해야하는 등 경제성은 일반 발전에 비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빈더 협회장은 “이같은 지원금은 국가의 세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전기를 사서 쓸 때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이라면서 “독일 국민들은 친환경적인 발전을 위해서 기꺼이 전기료를 더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