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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숙인 대법원장] 참담한 일선 판사들 “고개를 못들겠다”
“고개를 들 수 없다.”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해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일선 판사들에게서 나온 목소리다. 일선 판사들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법조비리’와 관련한 대법원장의 공개 사과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6년 법조브로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판사가 구속돼 대법원장이 사과한지 10년 만이다.

법조비리로 인해 대법원장이 최초 대국민 사과를 한 건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 때였다. 검찰수사로 인천지법에서 법원경매를 담당하던 집달관들이 거액의 경매입찰 보증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자, 윤관 당시 대법원장은 공개사과했다. 윤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를 긴급소집해 “그동안 사법부에 격려와 신뢰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말할 수 없이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2006년 8월에는 현직 법관의 비리로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 서게됐다.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 김홍수 씨로부터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로 구속되자,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사법불신의 원인이 재판 당사자나 국민의 오해, 또는 다른 동료 법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해소하고 사법신뢰를 회복할 책임을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일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인천지법 김모(57)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곧바로 사과문을 냈다. 대법원은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은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어떤 질책과 잘못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구속된 김 부장판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과 함께 1억7000여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장이 또 고개를 숙이자,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참담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앞으로의 재판업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 비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대법원장이 사과까지 하면서 마음이 무거울 뿐”이라며 “앞으로 대다수 판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청렴하게 내린 재판 결과물에 대해 의혹의 시선부터 불거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의 말을 더 잘 들어주는 등 절차적인 부분을 앞으로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김 부장판사 사건이) 재판결과와 더 나아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사법부의 위기로 번질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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