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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GE의 끝없는 혁신
한국의 ‘좀비기업’이 중국보다 많다는 한 민간 연구소의 보고서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주력 기업의 매출액이 2년 연속 줄어드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도래했다.

독일의 대표 제조업체인 지멘스의 최고경영자 조 케저는 방한 특강에서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50년 전에는 60년이었지만, 지금은 16년으로 줄었다며 끊임없는 개혁을 역설했다. 이런 점에서 124년의 역사 속에서 늘 ‘1등기업’을 지켜온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신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닐 수 없다.

GE는 1980ㆍ1990년대 경영의 귀재 잭 웰치의 리더십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되었다. ‘GE혁명’으로 불리는 GE의 개혁은 시장에서 1ㆍ2위를 차지하는 기업만 키우는 적자생존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1900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미국의 12개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이 같은 ‘1등주의’를 극한까지 밀어부친 것이다.

그러다 2001년 주주와 시장의 기대 속에 제프리 이멜트가 웰치의 후임자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GE호’의 선장 이멜트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겨 줬다. 여러 주력 기업들이 리스크에 깊이 노출돼 수익성이 급락했다. 그는 ‘근본으로 돌아간다(go back to basics)’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주도했다.

우선 ‘제조업과 금융업의 결합 신화’를 과감히 깨 버렸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GE캐피탈은 전성기 때 ‘돈버는 기계’로 불리우며 수익성을 주도했다. 2009년 그룹 영업이익의 57%를 창출했지만 2014년에는 42%로 급감했다.

20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금융사업의 75% 이상을 정리하고 제조업과 직접 연계된 리스 등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30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팔았다.

이멜트는 그룹의 경쟁력은 제조 생산에 있지, 금융에 있지 않다고 선언했다. 항공, 우주, 원자력, 에너지 등 주력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냉장고, TV 등 가전사업부를 매각했다. 대신 프랑스의 알스톰을 인수해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특강에서 “기업은 끊임없이 변신을 드라이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멜트는 웰치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고부가가치형 제조업에 집중해 GE를 새롭게 만들었다. 노엘 티시 미시건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GE는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오랜 기간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 NBC와 유니버셜영화사도 케이블업체 컴케스트에 팔았다. 금융, 오락, 방송 등을 처분함으로써 웰치 시대의 다각화 전략에서 제조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회귀했다.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실용주의자 이멜트로서는 자연스런 귀결인 셈이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GE를 표방하고 나섰다. “CEO 재임 중 가장 중요한 과업의 하나”로 평가한 ‘디지털화’는 사물인터넷과 산업인터넷의 강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GE는 아마존, IBM 등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 라몬에 기술센터를 세우고 ‘프레딕스’라는 소프트웨어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60억달러 규모인 디지털 비즈니스를 2020년까지 15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GE는 인력운영회사 랜드스태드의 평가에서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4위에 선정됐다.

핵심역량에 대한 선택과 집중, 선제적 구조조정, 최고의 인재 확보로 귀결되는 GE의 혁신 노력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기업에게 좋은 나침반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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