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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도 젠트리피케이션…쇼핑몰 따라 웃고 울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지난 3월말 부산 최고의 상권인 센텀시티 안에 자리잡은 교보문고가 문을 닫았다. 교보는 2009년 오픈 이래 7년동안 운영해온 정든 곳을 떠나 센텀시티점에서 한참 떨어진 해운대 장산역으로 이사했다. 쇼핑에 책 나들이를 겸할 수 있었던 독자들의 아쉬움은 컸다. 교보문고가 핫한 중심지를 등질 수 밖에 없었던 건 신세계백화점이 요구하는 수수료율을 맞추기 어려웠던 데 있다. 센텀시티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대접은 달랐다. 문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좋은 조건으로 서점의 입점을 반겼던 건물주는 상권이 형성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수수료율이 기존의 두 배로 뛴 것이다. 올해 건물주가 요구한 수수료는 매출의 13%. 책은 영업이익이 매출의 1%도 안되는 장사다보니 교보는 어쩔 수 없이 싼 곳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었다. 



▶서점의 이동을 보면 상권이 보인다=교보문고 분당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10년째 운영해온 분당점은 최근 임대료 입찰에 밀려 자리를 내 줘야 할 처지다. 올해 말 문을 닫아야 하는 교보는 현재 이주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

이런 사정은 최근 반디앤루니스 종로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삼성 종로타워 지하에 위치한 반디앤루니스는 건물주의 용도변경을 이유로 오는 9월 13일 문을 닫게 됐다. 결국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점은 상권이 새로 생길 때는 환대를 받는다. 서점이 들어서면 문화적 공간으로 바뀌면서 집객 효과와 함께 건물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단지 상품을 파는 곳이란 이미지보다 문화적 공간임을 내세우려 하는데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게 서점이다. 책 뿐만아니라 다양한 문구류와 아트 상품,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가 서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쇼핑몰로서는 거저 문화적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더욱이 타겟층이 다른 독자들을 쇼핑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쇼핑몰 공간 배치에서 서점은 우선시된다.

그러나 둘의 밀월관계는 5년에서 7년을 넘기지 못한다. 상권이 살아나면 계산기를 두드릴 수 밖에 없다. 계약 갱신 시점이 되면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밀려난 서점은 좀 더 싼 곳을 찾아나서게 된다.

지난 5월 문을 연 교보문고 일산점은 고양 터미널 지하에 입주했다. 2014년 한번 화재가 나기도 했던 고양터미널은 썩 좋은 입지는 아니다. 이 곳을 풀무원이 임대해 복합음식문화공간으로 만들면서 교보문고에 재임대한 것으로 교보는 좋은 조건으로 이 곳을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쇼핑몰 따라 움직이는 서점들=최근 대형서점이 늘고 있는 건 대형쇼핑몰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영풍문고는 올해 27개로 매장이 크게 늘었다, 교보문고는 25개, 반디앤루니스는 12개로 모두 64개의 대형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대형서점의 오픈 중 단연 눈길을 끄는 매장은 오는 9월9일 문을 여는 영풍문고의 스타필드하남점이다. 스타필드하남은 신세계그룹이 1조 원을 투자, 연면적 45만9517m² 규모로 조성한 단일 건물 기준 국내 최대 쇼핑몰. 쇼핑몰에 문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를 결합한 복합문화쇼핑몰을 지향한다. 여기에 서점 입점은 필수. 영풍은 고풍스러운 유럽 도서관 형태의 고급스러움과 아늑한 개인서가와 같은 독서공간을 갖추고 가족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영풍은 지난 8월 29일엔 죽전점을 오픈했으며, 9월 9일에는 종각 종로본점을 리뉴얼해 다시 오픈한다. 또 10월에는 대구백화점 매장 오픈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쇼핑몰 서점 입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반디앤루니스. 매장 수는 여타 대형서점에 비해 적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쇼핑몰 입점으로 입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1일 신세계 강남점(센트럴시티)을 오픈한 반디앤루니스는 지난 3월 교보가 떠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를 비롯, 롯데월드몰점, 건대 롯데스타시티점 오픈까지 속도를 내왔다.

쇼핑몰 입점을 둘러싼 대형서점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코엑스의 경우 반디앤루니스가 1988년부터 운영해오다2013년 휴점하고 2014년 롯데월드몰로 빠져나가자 2014년 영풍문고가 코엑스로 들어갔다. 또 강남 센트럴시티에는 영풍문고가 2000년부터 운영해오다 이번에 반디앤루니스에 자리를 내줬다. 새로운 쇼핑몰이 생기면 일대 자리바꿈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내막을 모르는 독자들은 하루 아침에 서점 이름이 바뀌는 걸 의아해한다.

교보문고도 대형쇼핑몰이 소비와 여가생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유통업과의 시너지를 넓혀가고 있다.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과 판교 현대백화점,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내 바로드림센터 등이 그 것. 교보는 유통업체의 지역진출시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형서점의 증가는 다양한 형태의 점포운영 모델이 생긴 것도 한 요인. 과거에는 매장을 내려면 700, 800평은 돼야 했지만 최근에는 교보의 바로드림센터 등 좀더 작은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점포 운영이 가능해졌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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