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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IFA]조성진 LG전자 사장 "한진해운 사태 매우 걱정된다"
[헤럴드경제 베를린(독일)=최정호 기자]새벽에 베를린 공항에 도착했다. 바로 해외 거래선들을 만나고 전시장도 짬을 내 둘러본다. 저녁은 기자들과 간담회까지, 말 그대로 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하지만 바이어를 만나고, 또 기자들에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그의 눈은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 떠나질 못했다. 서울 본사 물류 담당자가 보내는 메시지, 이메일 하나하나에 올 하반기 회사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2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질문에 “매우 걱정된다. 계속 카톡을 주고받고 있다.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정치권, 그리고 금융권의 오판 하나가 지구 반대편 독일에 날라온 사장의 비지니스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조 사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배편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다들 같은 처지인지라 가격만 오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특수를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선 미국 거래선들의 항의와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조 사장은 “미국에 파는 물량의 30%는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보내고 있다”며 “하반기에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큰 프로모션 물량이 있는데 미국에 있는 재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가전제품의 경우 이번 사태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당국과 정치권, 금융쪽의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 미스에 파장을 우려했다.

다만 상반기 두 자리 숫자에 근접한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LG전자 가전 사업의 하반기 실적 방어는 자신했다. 조 사장은 “최근 3~4년간 지역별, 품목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 손익 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크게 보면 상반기의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어닝서프라이즈 행진을 예고했다.

한편 이 같은 때 아닌 물류 대란에도, ‘LG시그니처’를 앞세운 유럽 및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는 변치않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 사장은 “시그니처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는 초석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뉴노멀’이라 할 정도로 불황이 일상이 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또 소매에서 B2B까지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LG전자의 향후 전략 방향을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 LG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전 핵심 부품 공급, B2B 사업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 사장은 “가전사업의 수직 포트폴리오는 완성된 상태”라며 “우리의 부품과 솔루션을 유럽과 중국 등의 경쟁사에게 파는 B2B 시장은 신뢰만 쌓이면 오랫동안 안정적인 비지니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체 매출의 50%까지 B2B 비중을 늘리겠다는 큰 그림도 밝힌 조 사장은 “우리의 부품으로 만드는 경쟁사 제품과, LG전자 제품의 충돌 가능성은, LG전자만의 생산 노하우와 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B2B 사업 확대에 따른 소매 부분의 경쟁력 약화 우려도 불식했다.

조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하이테크놀로지와 스피드를 기반으로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LG전자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제품에 대한 투자와 열정을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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