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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줄께, 땅 다오”…영토 위해 돈 보따리 푼 아베와 손 내민 푸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영토교섭 전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 晋三>) 수상은 관계부처에 ‘9월 정상회담까지 모을 수 있는 경제협력안건은 모두 제시하기 바란다’라고 거듭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모두를 러시아로부터 반환받기 위해 러시아와의 대대적인 경제협력안을 구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의 외신도 2일 아베 내각이 경제협력을 내세워 쿠릴 열도 반환을 위한 협상을 진전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블룸버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쿠릴 열도 반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 문제를 종식하고 평화조약을 맺기 위한 물꼬를 튼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약속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아베 내각이 에너지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며, 특히 푸틴이 관심있어 하는 러시아 국영 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세코 경제산업상이 이끄는 경산성은 독립행정법인 석유천연가스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을 통해 러시아 국영 최대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발행주식 10% 정도를 최대 1조 엔에 취득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코 경제산업상 겸 신임 ‘러시아 경제분야 협력 담당상’은 JOGMEC 법까지 개정해 단독으로 해외 국유자원 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보증 차입 등으로 주식의 취득자금을 확보할 구상까지 마련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JOGMEC 법 개정안을 제출한다.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기를 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본의 제안은 푸틴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다. 러시아 재정수입의 50%와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잇는 상황이다.

로스네프트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910억 루블(약 1조 5415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1340억 루블(약 2조 2700억 원)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해 여섯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푸틴은 로스네프트의 지분 19.5%를 중국과 인도에 매각할 방침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식 10%를 취득하면 일본은 우선협상권 등 러시아와 에너지협력을 추구하면서 쿠릴 영토를 둘러싼 협상을 진행하는 데 일정 정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대적인 투자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일 치러질 하원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소식은 푸틴과 집권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의 지지율은 크게 높여줄 공산이 크다. 

지난 1일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의 조사에 따르면 통합 러시아당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지난 달과 비교해 8%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러시아당 비례대표 명단 1순위에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지지율도 55%에서 48%로 급락했다. 

푸틴은 82%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있다. 비록 러시아의 여론이 경제난의 책임을 푸틴이 아닌 메드베데프에 돌리고 있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면 푸틴도 장기적으로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

일본은 소일 공동선언 발효 60주년에 맞춰 오는 12월 푸틴 대통령이 방일한 사이 쿠릴 열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 초대한 것도 이런 계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푸틴 총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쿠릴 열도 문제를 놓고 “해결책을 찾기 원하며, 높은 수준의 신뢰에 도달할 경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영토를 넘겼다’라는 해석을 우려한 듯 “우리는 영토를 거래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교환이나 판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패배했다고 느끼지 않을 해결책을 찾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 영토’)는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투루프(에토로후), 시코탄(시코탄), 하보마이(하보마이 군도) 등 4개섬으로, 본래 아이누족이 원주민이었지만 2차 대전에서 승전한 옛 소련이 자신의 영토로 선언한 이후 실효 지배해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쿠릴 열도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은 2차 대전이 끝난지 7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1956년에는 구소련이 일본에 쿠릴열도의 2개 섬(시코탄, 하보마이)을 넘겨준다고 제의했지만 일본이 4개 섬을 달라고 주장해 무산됐다.

일본 측은 쿠릴 열도를 돌려받는 대신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 1만7000명의 기득권과 거주권을 인정하는 제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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