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공황의 재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렸지만, G20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적극 대응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다양한 불안요인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대규모 국제투자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향해 방향을 틀 때마다 국제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올해 G20은 ‘국제금융체제 실무회의’를 2년만에 재개하고 한국과 프랑스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

G20은 지난해 12월 이후 파리 고위급 세미나, 4차례 공식실무회의와 수십 회에 걸친 비공식협의 등을 통해 ‘국제금융체제 발전방안’이란 옥동자를 낳을 수 있었다. 발전방안은 자본흐름관리, 글로벌 금융안정망 강화, IMF개혁, 국가채무재조정, IMF 특별인출권(SDR) 역할강화 등 5개 분야 13개 권고안으로 이뤄져,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올해 주요성과로 제출될 예정이다.

먼저, 연간 3.6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간 자본흐름을 어떻게 잘 파악하고 위험을 재빨리 포착해 대응할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가들 간 입장차가 극명히 드러났지만 충분한 토의 결과 IMF가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자본흐름관리 정책을 금년 말까지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흐름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이 도출되고 균형 잡힌 입장이 정립되길 기대한다.

둘째,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G20은 금융안전망의 중심축인 IMF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원을 유지해야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또한 각국이 때 IMF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셋째, IMF 쿼타 및 지배구조 개혁에도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G20은 2010년 서울 정상회의에서 IMF 쿼터를 3290억 달러에서 6590억 달러로 2배 확충하고, 쿼타 일부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전하는 개혁안에 합의했으며, 올해 1월 개혁안이 발효돼 6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G20은 또한 내년 IMF 연차총회까지 새로운 쿼터개혁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넷째, 국가채무 불이행 등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국가채무 조정과정을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아울러 경제성장률과 채권 이자율을 연동시키는 채권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도 있었다. 특히 한국은 선진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21번째 정회원으로 가입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주요 채권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SDR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IMF가 역할강화방안을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G20의장국인 독일은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을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프랑스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 협력해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한다면 탄탄한 회복력을 갖춘 안정적인 국제금융체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진용호 기재부 국제금융협력 국장ㆍ佛 재무부 다자협력개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