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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자의 성녀·무소유…삶의 빛이 되다
굶주린 사람을 위해 헌신 ‘테레사 수녀’
4일 시성식 맞춰 그의 삶 반추
무소유의 삶 실천 ‘법정스님 삶’ 소설로
오두막 소박한 삶·詩등 초기작품 담아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온 ‘빈자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 ‘무소유’의 정신으로 자비와 나눔을 설파한 법정 스님, 행동과 실천을 통해 이타적 삶의 본보기가 된 마더 데레사와 법정 스님의 삶을 다룬 두 권의 책이 도착했다.

‘빈자의 성녀’로 알려진 마더 데레사의 삶과 업적을 집대성한 ‘먼저 먹이라’(학고재)는 9월4일 그의 시성식에 맞춰 출간돼 가장 낮은 자리에서 빛났던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마더 데레사의 시복 및 시성 청원자이자 1997년 마더 데레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년간 함께 활동했던 최측근인 브라이언 콜로제이축 신부가 엮었다.

“여러나라에서 보아온 것은 단지 한 조각의 빵 때문에, 한 잔의 물 때문에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의 품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잊어버립니다. 왜 우리가 아니고 그들일까요?”(‘먼저 먹이라’에서)

책은 마더 데레사가 평생 일관한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고 사랑에 굶주린 이들을 위로한 말과 행동을 담고 있다.

마더 데레사의 책들은 그동안 많이 나왔으나 다양한 문서와 풍부한 일화가 이 책에는 더욱 가득하다. 특히 기적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데레사 수녀는 사랑과 관심이 일상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표적들을 보여준다.

어느날 수녀가 런던의 한 빈민가를 걷고 있었다. 그 때 처참한 몰골의 한 남자가 슬픈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는게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몸이 어떤지 묻자 그가 수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 정말 오랜만에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봅니다. 누군가 나를 잡아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음 순간 그의 눈이 환해지더니 몸을 세워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빈민가 캘커타는 어디나 굶주림이 넘쳐난다. 어느날 굶주림에 지친 한 여자아이를 데려온 수녀는 아이에게 빵을 주었는데 아이는 부스러기만 조금씩 먹을 뿐이었다. 편히 먹으라고 권하면서 수녀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천천히 먹는지 물었다. “빨리 먹는게 두려워요. 이 빵을 다 먹어버리면 전 또 배가 고플테니까요.” 아이는 이미 굶주림의 고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녀는 품 안의 자녀가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는 끔찍한 고통을 잊지말아달라고 호소한다.

사람들은 수녀에게 물고기 대신 물고기를 잡을 낚시대를 주라고 말하지만 수녀의 생각은 달랐다.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은 굶주림과 질병 때문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 나는 그들에게 계속해서 물고기를 주겠다”.

마더 데레사가 세상을 바꾼 것은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한 거대한 사업을 벌인 게 아니라 온화함과 사랑이 가득한 손으로 한 사람 한 사람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준 데 있다. 굶주림에 대해 데레사 수녀는 빵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굶주림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그는 이런 유형의 가난이 더 없애기 어렵다며, 사랑과 연민의 실천을 강조했다.

법정의 생애를 소설로 지은 ‘소설 법정 바람불면 다시 오리라’(쌤앤파커스)는 불교소설가 백금남씨가 끈질긴 추적 끝에 발굴해낸 스님의 초기작 23편이 담겨있다.1963년부터 69년까지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기고한 글 들이다. 시12편, 불교설화 7편, 칼럼 4편은 천생 이야기꾼 기질과 바름에 대한 올곧음 등 법정의 원형질을 만날 수 있다.

법정스님은 출가 후 스승인 효봉 스님 몰래 숨어서 습작을 하다가 들켜 여러 번 혼쭐이 났다.

어느 날 글을 쓰고 있는 법정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스승이 들이닥쳤다.

스승은 노트를 집어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이놈, 여기가 사가 방이냐. 여기는 부처를 공부하는 승방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냐?”

도반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법정의 소지품을 뒤졌다. 속가의 책이 나오자 스승은 책을 아궁이 속에 쳐넣으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어렵게 써놓은 설화까지 잿더미가 됐다. 그래도 쓰고 또 쓰고 끈질긴 글쓰기 끝에 시인으로 당당히 데뷔한다,

초기 미발표 설화를 보면 법정스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알 수 있다. 설화 ‘저승의 선물’은 이렇다. 옛날 한 임금이 나라안의 보물들을 모두 그러모았다. 죽으면 야마 왕에게 재판을 받는데 보배를 많이 가져가면 유리할 것으로 여긴 것. 그 나라에 어머니 혼자서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여인이 있었다. 아들은 공주를 사랑해 선물을 하고 싶지만 할 돈이 없어 병이 났다. 어미는 불현듯 죽은 남편의 입에 물린 금이 생각났다. 무덤을 파 금을 얻어 아들에게 건네주자 아들은 공주에게 달려갔다. 왕은 나라안에 보물이 남아있는게 이상했다. 연유를 묻자 젊은이는 사연을 들려준다. 왕은 단 한개의 보물도 저승에 가져갈 수 없었다는 말에 상심한다. 어진 재상이 가난한 이에게 보시를 하는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귀띔하자 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불일암과 강원도 오두막 시절은 무소유 철학을 일상에서 실천하던 시기. 밤이면 참선을 하고 해가 뜨면 오두막을 손보며 노동을 하고 반찬 두 가지를 넘지 않았던 소박한 삶은 자연과 하나된 삶을 보여준다. 자신의 남은 것들을 모두 나눠주고 간 법정의 삶은 무소유 삶의 완성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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