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칼럼-김필수] 潘은 反, 文은 門이어야
2016년 8월말. 이제야 꺾였다. 한반도를 가마솥으로 만들었던 그 폭염 말이다.

반대인 곳이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곳. 정치권이다. 내년 12월을 향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1년 4개월 남은 대선 레이스다. 여야 3당 가운데 1당과 2당이 스타트를 끊었다. 당내 대선 경선을 관리할 대표를 막 뽑았다.

새누리당은 이달초 뽑힌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말 선출된 추미애 대표다. ‘호남 출신 여당 대표, 영남 출신 야당 대표’ 구도다. 흥미롭다.

그러나 겉모습에 혹하면 안된다. 혹시나는 없다. 양당 내 친박(親朴), 친문(親文) 구도는 더 뚜렷해졌다. 지난 4ㆍ13총선에서 그렇게 시끄러웠던 그 계파다. 친박-비박(非朴) 다툼으로 새누리는 참패했다. 더민주는 친문-반문(反文) 대립으로 싸우기도 전에 쪼개졌다.

계파는 끈질기다. 쉽게 와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댓가를 치르고도, 결국 친박 대표, 친문 대표로 되돌아왔다. 다시 환기하지만, 고지는 내년 12월 대선이다. 누구를 주자로 내세울까. 지금 구도라면 새누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가 유력하다. 하지만 ‘친박이 민 반기문, 친문이 옹립한 문재인’에는 감동이 없다. 단순한 인기만으로는 어렵다. 선거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기는 조직을 못 이기고, 조직은 바람을 못 이긴다”

인기를 가진 두 사람이 ‘바람’을 일으키려면 기존과 달라야 한다. 변해야 한다.

반(潘ㆍ반기문)은 ‘반(反)’이어야 한다. 친박이 내민 꽃가마에 반(反)해야 한다. 계파라는 굴레에 스스로 들어갈 이유가 있나. 기득권에 반(反)해야 한다. 좀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격식을 과하게 따지는 외교 쪽에서만 수십년 일한 반 총장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멀다. 외교라는 강점에도 과감하게 반(反)해야 한다. 더 안 내세워도 다 안다. 과유불급이다. 먹고 사는 문제(경제)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게 낫다.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처럼 손에 잡히는 비전 제시가 급선무다.

문(文ㆍ문재인)은 ‘문(門)’이어야 한다. 이번 더민주 대표 경선에는 문(門)이 없었다. 친문 이외 인사들이 이너서클로 들어갈 문(門) 말이다.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문(門)이 없다면 ‘부는 바람’도 통할 수 없다.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멀리 본다면 지금이라도 문(門)을 만드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반문(反文)도 껴안아 바람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 넘기에는 두 사람 앞의 벽이 만만치 않다. 반기문은 김무성(새누리 전 대표) 오세훈(전 서울시장), 그리고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 유승민(새누리 의원) 남경필(경기도지사) 원희룡(제주도지사) 등까지 상대해야 한다. 문재인은 안철수(국민의당 전 대표) 손학규를 넘어야 하고, 역시 바람이 불면 안희정(충남도지사)과도 맞서야 한다.

추미애 대표가 뽑힌 27일, 손학규는 박지원(국민의당 비대위 대표)을 만났다. 다음 날 안철수는 발빠르게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김종인(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은 새 대표가 들어선 더민주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친박과 친문을 벗어난 제3지대 터 닦기는 이렇게 속도를 내고 있다. 

pils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