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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아들 노잣돈인데”…납골당 안치함서 돈 훔친 30代
[헤럴드경제(전주)=박대성 기자] 애끊는 심정으로 유가족이 유골함과 함께 납골당에 넣어둔 돈을 훔쳐간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A(35) 씨는 평소 함께 아르바이트하며 친하게 지내던 B(당시 28) 씨가 지난해 6월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A 씨는 B 씨의 집에도 서슴없이 드나들 정도로 친했고 자연스레 B 씨 가족과 격 없이 지냈다. B 씨의 죽음으로 A 씨는 장례식장을 지키며 발인까지 함께했다. B 씨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당시 여느 발인처럼 B 씨 아버지는 생전에 아들이 쓰던 물품을 유골 안치함에 넣었다. 안치함에는 B 씨가 생전에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 160여 만원이 든 지갑이 들어갔다. B 씨 아버지는 아들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번 돈을 차마 쓸 수가 없었다.

A 씨는 유가족과 함께 모든 장례 모습을 지켜봤고, 직업이 없어 생활이 힘들자 이 돈에 탐을 냈다. 올해 4월 30일 오전 10시께 A 씨는 추모공원을 찾았다. A 씨는 추모공원 관리인에게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유골 안치함에 넣으려고 한다.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관리인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A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골 안치함을 열어줬다.

A 씨는 안치함이 열리자 휴대전화를 안쪽에 넣는 동시에 지갑을 재빨리 빼내 호주머니에 넣었다. A 씨는 B 씨 노잣돈을 훔쳐 추모공원을 빠져나갔다. 유가족이 제 자식을 떠나보내면서 안치함에 넣었던 노잣돈이 평소 고인이 의지하며 지냈던 아르바이트 형의 탐욕 탓에 사라진 것.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아들 기일에 맞춰 B 씨의 아버지와 형이 추모공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젖어있을 때쯤 B씨 형은 안치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유골 안치함 전면이 투명유리로 돼 있었는데, 그 안쪽에 아버지가 뒀던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다급히 추모공원 사무실을 찾아가 방명록을 뒤졌고, 2개월 전 A 씨가 이곳에 다녀간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차분히 지갑이 사라진 이유를 묻자 A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돈을 주겠다’던 A 씨는 약속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날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픔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고인과 친하게 지냈던 형이 이런 범행을 벌여 유가족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A 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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