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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먹는 게 보약 ①]‘Danger is danger’(단거는 위험해)…설탕 과다 섭취 주의
- 설탕 중독, 당뇨ㆍ관상동맥 질환 유발…소아 비만은 성인까지 영향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흔히 ‘당이 떨어졌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설탕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다. 설탕은 체내에서 빠르게 에너지원인 당으로 전환돼 운동 후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탕을 장기적,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결국에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설탕의 과도한 섭취는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습관적 설탕 섭취, 당뇨병ㆍ관상동맥 질환의 발병 위험 높여=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고, 뇌는 다시 설탕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단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서운 점은 이런 습관이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켜 무기력증, 피로,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하면 당뇨병과 관상동맥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이 조금 첨가된 음식만을 먹는 사람과 비교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10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영양학과는 당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6%,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한민국 국민의 총 당류 섭취량은 평균 61.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섭취량인 50g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만큼 과다한 설탕 섭취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설탕 섭취는 호르몬 분비 외에 장 기능 저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장은 인체의 가장 큰 면역 기관이자 독성 물질을 걸러내는 곳이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장내 세균 증식이 활발해져 정상적인 장의 기능을 해치고 장 점막까지 손상시킨다.

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내 독소들이 그대로 쌓여 만성피로를 유발하게 되고 면역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전혜진 이대목동병원 건진의학과 교수는 “적당량의 설탕은 포도당을 빠르게 올려 두뇌활동을 돕고 원기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좋은 에너지원”이라며 “하지만 설탕 섭취가 지나치면 비만이 되기 쉽고 혈액 속에 중성지방 농도가 올라가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며,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성적인 설탕 섭취, 설탕 중독 야기할 수 있어=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부터 생각나고 단 음식을 끊으면 손발이 떨리고 산만해지거나 무기력증ㆍ우울증까지 있다면 ‘설탕 중독(Sugar Addiction)’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설탕 중독은 신체적ㆍ심리적 원인에 의해 단 것을 끊임없이 찾아 먹는 행동으로, 정신과 진단명으로 명시돼 있을 만큼 무서운 병이다. 만성적 설탕 섭취와 만성 음주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도 이 점을 시사한다.

단맛은 뇌 내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단 것을 먹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 섭취하면 단맛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고 결국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만성적으로 과다한 설탕에 노출되면 뇌의 보상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마약을 복용할 때와 같은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의 분비가 늘수록 몸은 도파민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쾌락을 위해 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찾게 돼 결국에는 설탕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임원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한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게 되는데, 평소와는 달리 자꾸 단맛이 섭취하고 싶다면 혹시 우울감이 증가한 것이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설탕 섭취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아 비만ㆍ소아 성인병의 원인은 과다한 설탕 섭취=단맛이 나는 아이스크림ㆍ과자의 주요 소비자인 유아ㆍ청소년은 성인보다 설탕 중독에 노출되기 더 쉽다.

실제로 한국 청소년의 평균 총 당류 섭취량은 성인보다 13%나 많은 69.6g이다. 이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특히 청소년층은 가공 식품을 통해 총 당류를 섭취하는 비율이 67.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아 비만, 소아 성인병 및 치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설탕 섭취가 제기되고 있고, 지난해 3월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섭취량을 10% 줄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매일 섭취하는 설탕ㆍ포도당ㆍ과당 같은 단당류, 자당과 같은 이당류 섭취를 10%만 줄여도 과체중이나 비만, 충치 등의 위험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각이 형성되는 유아기에 단맛에 습관적으로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욱 단 것을 찾게 되는 잘못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가공식품 보다는 집에서 만든 간식과 과일을 먹게 하고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등 가정 내 올바른 식습관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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