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기업의 자구계획을 대외에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이 절박함이나 위기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흡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정부가 살려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에 대해 “실효성 있는 것은 4000억원 수준”이라면서 “기존 자구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에 투입해야 할 자금은 올해 8000억원, 내년 2000억원으로 총 1조원 수준인데, 한진그룹이 4000억원을 낼 테니 나머지(6000억원)는 채권기관이 부담하라는 게 자구계획의 요지다.
채권기관이 내는 돈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정 부행장은 “상황이 나쁠 경우 한진해운 부족자금은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9000억원을 내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개인적인 유상증자 등으로 10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정 부행장은 “사실상 자구계획 가운데 1000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000억원 뿐”이라면서 “이것이 한진 측의 최종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이날 오후 열리는 채권금융기관 실무자 회의에서 이 내용을 공유한 뒤에 자율협약을 이어가고 신규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오는 30일까지 채권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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