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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 지난 신비주의, 블랙핑크에겐 통했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블랙핑크는 데뷔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데 이어 데뷔 14일 만에는 지상파 음악방송 트로피를 안았다. 걸그룹 사상 데뷔 후 최단 기간 기록이다. 이름 알리기도 어려운 신인이라는 점에서 그 행보는 남달랐다. 국내뿐 아니라 각종 해외 차트에서도 선전, ‘휘파람’과 ‘붐바야’ 뮤직비디오도 2000만 뷰(View)를 향해 질주 중이다. 데뷔한 지 2주가 훌쩍 지났지만 22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각종 음원차트 10위권 안에서 요지부동이다.

남다른 행보는 비단 성적만이 아니다. 여타 신인을 비롯해 가요계 흐름과는 반대되는 ‘신비주의’ 전략 또한 ‘나홀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 보기 힘든 신인? 신비주의 고수= 블랙핑크는 이유 있는 ‘괴물신인’ 수식어에도 불구, 좀처럼 얼굴 보기가 어렵다. 현재 지상파 방송 중에는 SBS ‘인기가요’에만 출연, 여타 방송활동이나 오프라인 활동이 전무하다. 오직 음원과 뮤직비디오, ‘인기가요’ 무대 영상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앨범을 내도 그 활동기간이 1~2주 내외인 최근 가요 시장에 비춰보면 이상할 리 없다. 하지만, 최대의 노출로 인지도를 높여야 할 신인인데다 흥행에 성공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신인 걸그룹을 내놓은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차트성적은 기대도 안 한다. 이름이라도 알리면 다행”이라며 “첫 데뷔 때 인지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1년 프로젝트나 시리즈 앨범으로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조금이라도 반응이 좋은 음반은 사활을 걸고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고 말했다.

신인 그룹 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 신인 아이돌 그룹 사이에 오프라인 홍보 바람이 불기도 한다. 특히 올해 데뷔한 신인 그룹들은 각종 공약을 내세워 길거리 버스킹부터 길거리 팬 미팅 등으로 대중들과의 스킨십을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과거 아이돌이 우상이었다면 이제는 그 지위가 내려와 점점 대중들과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 중 일례다. 블랙핑크의 ‘신비주의’ 전략이 거꾸로인 이유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더욱 높은 완성도를 위해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 중"이라며 "드러나지 않지만 광고 촬영에 들어가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YG니까” 중소기획사는 언감생심= 때아닌 신비주의 전략도 블랙핑크에겐 통했다. 방송출연 없이도 인지도와 음원 흥행, 팬카페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왜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느냐’부터 ‘덕질을 하고 싶어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는 원성이기도 하지만 열렬한 관심에 가깝다. 애꿎은 뮤직비디오만 계속 돌려볼 뿐이다.

블랙핑크는 이미 얼굴을 알리고 다른 출발선상에서 데뷔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이나 팬카페를 통해 데뷔 전부터 팬층을 확보한 케이스도 아니였다. 다만 그들은 2NE1 이후 오랜만에 나온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새 걸그룹이었다. 블랙핑크는 데뷔 전부터 YG의 새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뒤따랐다. 블랙핑크란 이름보다 ‘앞 따랐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 이유로 기대감이 고조됐던 건 사실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가요계 관계자는 “블랙핑크의 남다른 행보는 물론 실력도 있겠지만 YG의 새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컸다”며 “중ㆍ소기획사에서는 엄두도 못 낼 신비주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 해에 수많은 신인 가수가 데뷔하지만 이름이라도 알린 경우는 몇 되지 않는다”며 “YG라는 대형기획사 후광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대중들도 우선 믿고 보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돌 연감 2015’의 필자이자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는 “초반 블랙핑크를 두고 벌인 규모에 비해 보여준 게 적은 게 사실”이라며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몇해 전부터 YG가 추구하고 있는 홍보 방식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YG 새 걸그룹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YG의 입지를 활용한 부분도 있다”며 “싱글 두곡을 공개했지만 정규 앨범 등 다음 행보를 위해 이미지 소모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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