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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시간 일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세계는 ‘노동 시간’ 논쟁 중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공장에 기숙하며 하루 20시간 씩 미싱을 돌렸던 산업혁명기부터 ‘저녁이 있는 삶’을 주장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노동 시간은 꾸준히 줄어왔다. ‘몇 시간을 일하느냐’는 문제는 삶의 질과 생활 수준에 직결되는 만큼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리고 올해 세계는 근래 들어 어느 때보다 노동 시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복지와 인권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반면, 경제난으로 인한 위기감 또한 잔뜩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123rf]

▶노동 시간 단축이 만능 해법?… 복지ㆍ저출산ㆍ내수 진작 대안으로 제시돼= 스웨덴에선 최근 ‘하루 6시간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토머스 모어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일하는 사회를 그리면서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북유럽에 실재하게 된 것이다.

일본 기업 도요타는 2000년대 초 스웨덴 예테보리의 직원들에 대해 6시간 근무 체제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스톡홀름에 있는 유아용 게임 애플리케이션 회사 필리문더스(Filimundus)는 지난해 8시간에서 6시간으로 근무 체제를 바꿨다. 기업뿐만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도 하루 6시간 근무 문화가 퍼져가고 있다.

스웨덴 정부 역시 지난해 예테보리의 스바르테달렌 지역에서 줄어든 노동 시간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실험에 돌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험의 성과를 중간 점검한 결과 직원들의 결근이 크게 줄고 직장 충성도와 생산성이 높아졌으며 건강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회사의 실적도 뒤따랐다.

실험을 주도하는 예테보리 시의회의 좌파당 원대대표 다니엘 베른마르 의원은 “지난 40년 동안 주당 40시간을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병가가 잦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다음 40년 동안 훌륭한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새로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스웨덴은 가장 급진적인 사례다. 다른 나라에서는 필요에 따라 노동 시간 단축의 폭과 수혜 대상을 달리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독일(2015년 기준 1371시간. 한국 2113시간)에서는 저출산의 해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거론된다. 마누엘라 슈베지히 독일 가족부 장관은 지난 달 8세 이하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 주당 노동시간을 32시간으로 줄여주고 이로 인한 수입감소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매달 300유로(38만원)의 보조금을 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젊은 부부들 다수는 양육과 가사와 사회생활을 50대 50으로 나누기를 원한다”며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것만으로는 젊은 부부의 출산 기피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양육시간을 보장해 주자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오후 3시 퇴근을 제도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게이단렌(經團連ㆍ경제단체연합회)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주말 퇴근 시간을 앞당겨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영국에서는 지난 4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 바 있어, 우호적인 여론이 확인됐다.


[사진=123rf]

▶ 앞서 달려갔던 프랑스는 역주행= 반대로 경제위기를 맞아 노동시간을 늘리는 국가들도 있다. ‘주당 35시간 근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놓고 올해 내내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따 ‘엘 코므리 법’이라 부르는 이 개정안은 2000년 사회당이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오브리 법)를 손보면서 주당 최장 근무시간을 60시간까지 늘렸다. 초과근무 수당 할증률도 낮춰 주 35시간 이상 근무가 현재보다 더 보편화하고 연장근로수당도 적어지게 된다.

당초 오브리법이 도입된 것은 노동시간을 줄여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나눠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투자 부진 등으로 실업률이 좀체 떨어지지 않자 정반대의 실험을 해보겠다고 핸들을 꺾은 것이다. 우파는 오브리법으로 인해 초과 근무수당이 증가해 기업 부담이 늘고 경직된 노동법으로 기업인 정신을 꺾는다면서 끊임없이 제도 폐지를 주장해 왔다.

다만 개정안에는 공식 근무시간 이외에 메신저나 SNS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리지 말라는 취지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규정하고 있다.

남유럽 경제 위기 4개국 ‘PIGS’ 중 하나로 꼽혔던 스페인 역시 프랑스보다 이른 2012년 노동개혁에 착수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등의 조치로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다만 스페인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시간을 늘리거나 줄였다는 의미보다는 시에스타(낮잠)를 취하는 시간을 줄이고 밤 늦게까지 남아서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관행을 해소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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