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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가 1달러 약을 600달러에”… 알레르기 치료제 ‘에피펜’ 폭리에 소비자들 분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에서 알레르기 치료 주사인 ‘에피펜(Epipen)’ 가격이 10여년만에 5배 가까이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원가가 1달러(1100원)밖에 되지 않는 이 약은 현재 600달러(67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에피펜은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한 휴대용 에피네프린 주사제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을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관련 제품 중 판매량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품이다. 땅콩 알레르기와 같은 질환이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은 물론이고, 미국 내 각급 학교에서도 상시 구비 중이다.
[사진출처=밀란 홈페이지(www.mylan.com)]

그러나 에피펜 가격은 최근 몇년 사이 급속히 올랐다. 2004년만 해도 한 회 분이 100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00달러 이상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에피펜의 원가는 1달러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을 둔 에이미 비알렛이라는 여성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주택담보대출에도 이렇게 많은 돈을 쓰지는 않는다”고 토로하더니 결국 약을 사지 못하고 약국을 떠났다. 재키 데이비스라는 남성은 “약 하나 사려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WP는 에피펜의 미국 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제약사 밀란이 “마틴 슈크렐리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전했다. 미국 제약사 튜링 최고경영자인 마틴 슈크렐리는 지난해 항생제 ‘다라프림’의 소유권을 사들인 뒤, 반 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13달러이던 약값을 750달러로 55배 뻥튀기시켜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으로 꼽힌 인물이다.

개발된 지 수십년이 지난 에피펜 가격이 갑자기 논란이 된 것은 미국 시장을 독점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에피펜은 경쟁제품이던 사노피의 ‘아우비큐(Auvi-Q)’가 지난해 정량보다 많은 양을 주입하는 문제점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회수되면서, 사실상 미국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현재 시장에는 아드레나클릭(Adrenaclick)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142달러) 제네릭(복제약)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많이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의회에서도 문제삼고 나섰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만드는 데 몇 달러 되지도 않는 에피펜이 600달러 씩이나 할 이유가 없다”며 분노를 표했고, 에이미 클로부처 상원의원은 연방통상위원회(FTC)가 조사를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찰스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환자들이 약값 부담 때문에 자체적으로 재료를 구해 약을 만들어 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밀란 측은 보험 제도의 변화로 보험사가 부담해오던 부분이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온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환자와 가족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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