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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연 가득한 손편지…상도4동 ‘특별한 우체통’
- 동작구, 상도4동 전역에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우체통 설치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공사장에서 팔을 다치면서 돈벌이가 딱 끊겼어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아픈 오른팔 때문에 어떤 일도 주어지지 않았어요. 병원 입구에 우체통이 걸려 있길래 하소연하자는 심정으로 편지를 써 넣어놓고 며칠 동안 잊고 있었죠.”

김연훈(가명ㆍ47)씨는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지난 7월 팔을 다치면서 고시원 월세마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병원에서는 인대가 찢어져 3개월 이상은 쉬라고 했지만 쉰다는 것은 곧 굶주림을 의미했다.

김씨는 며칠 후 동주민센터에서 긴급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상실로 일정기간 생계비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을 찾아 우체통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제야 붉은 바탕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희망우체통’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 어귀에 수신처가 하나뿐인 우체통이 있다. 수신처가 적혀 있지 않은 이 우체통 들어간 편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동주민센터로 모여든다. 김연훈씨의 편지도 마찬가지다.

서울 동작구(구청장 이창우)는 주민들의 편지를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희망우체통’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희망우체통’은 상도4동 주민센터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최대한 많이 찾아보자는 취지로 지역곳곳에 설치한 복지전용 우체통이다. 모든 우편물은 주민센터로 직행하게 된다.

주민들이 쉽게 주민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셈이다. 동 특성을 살려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다.

주민들은 자신 또는 이웃의 사연을 적어 편지를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주민센터에서 수시로 우체통의 편지를 수거해 사연을 확인하고, 필요시 해당 가정을 방문해 적정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우체통은 주민접근성이 좋은 15곳에 설치됐다. 당초 계획단계에서는 예산문제로 제작 개수가 많지 않았으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의 자발적인 후원덕분에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

이선형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은 “아직도 우리 곁에는 알려지지 않은 어려운 이웃이 많다”며 “희망우체통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은 처음으로 시도하는 서비스인 만큼 안정적인 사업정착을 위해 주1회 이상 우편물을 수거해 신속한 복지서비스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이상성 상도4동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시행에 발맞춰 ‘희망우체통’을 설치했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이 지역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궁극적으로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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