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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제작드라마 흥행변수는 계절·피드백·중국 규제
해외판매 겨냥 先제작 ‘함틋’ ‘비천무’ 등
계절 안맞고 트렌드에도 뒤처져 괴리감
中 ‘사드몽니’ 한류콘텐츠 규제도 걸림돌



2016년 안방극장은 사전제작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해다.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KBS2)를 시작으로 현재 방송 중인 ‘함부로 애틋하게’(KBS2),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tvN)를 비롯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SBS), ‘사임당 빛의 일기’(SBS) 등의 드라마가 촬영을 마치고 방영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촬영 중인 ‘화랑 더 비기닝’(KBS2)도 올해 안방을 찾을 예정이며, 신민아 이제훈 주연의 ‘내일 그대와’(tvN)도 오는 9월 촬영에 돌입한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전제작 드라마 열풍은 중국의 한국드라마 규제에서 비롯됐다. 올 1월 중국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TV에만 적용하던 사전심의제를 인터넷까지 확대적용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기 위해선 방영 6개월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을 받고, 3개월 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의 드라마 방영 이후 시차를 둔 뒤 중국에서 방영될 경우 이미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조회수는 뚝 떨어지기 일쑤였다. ‘별에서 온 그대’로 아시아의 스타로 발돋움한 김수현이 출연했던 ‘프로듀사’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은 “나날이 치솟은 제작비를 메우기 위해선 해외 판매가 가장 중요한데, 불법 유통이 많아지면 판매과정에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사전제작 드라마는 부쩍 늘었다. “톱스타와 톱작가가 만나” 어차피 ‘잘 될 드라마’였다고 말해도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사전제작드라마의 성공 가능성도 동반해 제작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의 상황은 또 다르다. 제2의 ‘태양의 후예’를 꿈 꾸던 ‘함부로 애틋하게’의 부진으로 방송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사전제작드라마의 맹점과 변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현재 ‘함부로 애틋하게’까지 방송하며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해 많은 걸 느꼈다”라며 “사전제작으로 멜로드라마는 힘든 것 같다. ‘겨울연가’처럼 밤샘촬영을 해서라도 생방송 촬영을 하며 빠른 호흡으로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감정만 가지고 끌고 가는 드라마”의 경우 사전제작이 도리어 호흡을 더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볍고 통통 튀는 스토리를 담은 빠른 전개의 드라마가 사랑받는 때에 ‘함부로 애틋하게’의 느린 호흡과 진지한 멜로는 시청동력을 떨어뜨렸다. ‘태양의 후예’ 역시 멜로를 줄기 삼았으나 재난현장이라는 특수상황이 흔한 멜로에 위기를 가미하는 장치로 쓰여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심지어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계절의 부조화도 사전제작드라마의 변수로 꼽히게됐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계절적 배경은 겨울로, 남녀주인공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등장한다. KBS 드라마국의 한 PD는 “오히려 더운 여름에 겨울 배경이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날도 더운데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오니 드라마가 더 답답하다”는 반응까지 내놓는다.

박상주 국장은 “영화 관객과 달리 시청자들은 조금 더 보수적이고 예민한 부분이 있다”라며 “영화에선 여름 시즌에서도 겨울 배경이라 할지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시청자들은 시의성에 더 민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사전제작드라마의 가장 큰 맹점은 ‘피드백’으로 꼽혀왔다. 밤샘촬영이 난무하는 생방송 촬영현장에서 온갖 사고가 난무해도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현장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살피며 내놓은 드라마가 시청률과 해외 판매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피드백에는 장단점이 있다. 박상주 국장은 “드라마는 시청자가 가장 중요하지만 애초 창작자의 기획안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라며 “시청자의 반응에 휘둘리다 보면 도리어 드라마의 전개가 전혀 다른 반응으로 나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지라도 시청률 숫자 한 자리에 울고 웃는 방송사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주요 항목에 놓고 있다. 심지어 기존 사전제작 드라마의 실패 이유로 “시청자의 피드백을 반영하지도 못 하는 데다, 촬영시기와 방영시기의 차이가 너무 길어지니 현재의 트렌드에는 뒤처진 드라마가 됐다”는 점을 꼽아오기도 했다.

앞서 2004년 한중합작드라마 ‘비천무’는 방송사를 찾지 못해 4년 뒤인 2008년이 돼서야 방송됐다. 무협 트렌드가 지나간 뒤 전파를 타자 결과는 참패였다. 허영만 작가 원작의 ‘사랑해’(2008), 한국전쟁을 그린 ‘로드 넘버원’(2010), 시트콤 ‘탐나는도다’(2009) 등도 사전제작됐지만 시청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드라마였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함부로 애틋하게’가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탓에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나 이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 이후 사전제작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반응은 드라마의 구성과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등 작품의 본질적인 평가와는 무관한 것이다.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드라마 시장의 고질병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단번에 풀었으나, 현재로서 가장 큰 변수는 다시 ‘중국’이 됐다. 드라마 시장의 큰 손이었던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자국 내 한류 콘텐츠에 규제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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