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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형간염에 콜레라, 식중독까지…전국에 ‘질병 주의보’
- 해외 유입 지카바이러스 환자에 국내 발생 감염병까지 ‘엎친데 덮친 격’

- 무더위로 인한 세균ㆍ벌레 증식이 원인으로 추정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개학철을 맞아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발생이 잇따르고 병원에서는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5년만에 국내 발생으로 추정되는 콜레라 환자까지 나오는 등 전국이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대형 질병이 유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공중 보건이 위협받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KCDC)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중ㆍ고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동구의 한 여고를 비롯해 경북 봉화의 중ㆍ고등학교, 서울 은평구의 중ㆍ고등학교 5곳에서 학생들이 무더기로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2학기가 시작하는 시기에 종종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곤 했지만, 22일 하루만 8곳의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신고가 접수됐다.

22일 공개된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에서의 C형간염 집단감염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집단감염 이후 3번째 동네의원에서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의원에서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진료받은 환자들이 무더기로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12년과 2013년 이 의원을 찾은 환자의 항체양성률은 각각 17.7%와 13.2%로 국내 전체 평균(0.6%)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항체양성률은 전체 검사자 중 항체 양성자의 비율로, C형간염에 현재 감염됐거나 과거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검사 대상인 2011~2012년 이 의원 방문자는 모두 1만1306명이어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2001년 이후 15년만에 국내 발생으로 추정되는 콜레라 환자는 광주광역시에서 나왔다. 광주 거주자로 경남 남해안을 여행하면서 어패류를 섭취한 50대 남성이다.

콜레라가 흔히 발생하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위생상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환자 발생이 유행으로 이어질 우려는 크지 않지만,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최근 잇따라 발발한 감염병 외에도 올해는 유독 여러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영유아들을 괴롭히는 감염병인 수족구 환자수는 6월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6주째인(6월 19~25일)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51.5명으로, 방역당국이 감시체계를 가동한 2009년 이후 작년까지 최고치였던 35.5명(2014년 5월 11~17일)을 크게 웃돌았다.

환자수가 많이 줄어 8월 7~13일 기준 의사환자 분율은 1000명당 20.0명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근 4년간 2014년을 제외하고는 그해의 연간 최고치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 A형간염 환자수도 올해 유독 많다. 올해 상반기 환자수는 작년(1002명)보다 2.9배나 많은 2915명이었다. 작년 연간 환자수 1804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추세라면 큰 유행이 있었던 2011년(환자수 5천521명)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형간염은 2011년을 제외하고는 환자수가 2012년 1197명, 2013년 867명, 2014년 1307명을 기록해 큰 유행은 없었다.

이밖에도 진드기가 매개가 되는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 환자수도 예년보다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환자수는 전년(270명)의 280%에 해당하는 760건이나 됐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폭염이 끝나고 가을이 되면서 유행이 더 커질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 환자의 90%는 9∼11월에 집중적으로 나온다.

결핵 집단 감염은 또다른 위협이다. 이미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결핵 신환자율(10만명당 신규 환자수)이 63.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이후만 이대 목동병원과 고대 안산병원의 소아ㆍ아동 관련 병동 종사자가 잇따라 결핵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해외 유입 감염병도 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국내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메르스 환자도 올해 들어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지카바이러스 환자는 모두 10명으로 동남아나 남미를 여행하고 온 사례다. 방역당국은 리우올림픽이 폐막하면서 브라질 방문자의 지카바이러스 감염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림픽에 파견된 선수단, 지원 인력, 응원단, 기자단 중 검사에 동의한 836명에 대해 지카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해 매개 모기를 통해 국내에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메르스는 올해 들어서는 환자 유입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서 병원 내 감염이 유행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17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59명이 숨졌다. KCDC는 중동 지역 병원에서 2차감염이 대거 발생하면 국내 유입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CDC 관계자는 “올해 감염병 유행이 유독 많은 이유를 한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세균이나 벌레에 의한 감염병은 계속되는 무더위가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 것이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손씻기와 음식 익혀먹기 같은 개인 수칙을 지키고 감염병 발생시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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