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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한 기업가 트럼프 = ‘경제통’ 대통령, 성립하지 않는 까닭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성공한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 기업을 이끈 능력으로 ‘경제통’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은 ‘그렇다’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아니다’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종종 사업 경험이 경제 정책을 만드는 것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란 착각한다. 그러나 그 두 가지는 다른 영역이다”면서 “일반적으로 뛰어난 사업가는 거시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크루그먼의 생각은 그의 저서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에도 드러나 있다. 그는 기업 운영의 특성과 규모가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기업은 ‘개방형 시스템’을, 국가는 ‘폐쇄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두 시스템의 차이는 문제를 해결할 때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가에서 온다. 쓰레기 매립지를 신설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각각의 도시들은 매립지를 다른 곳에 설립하도록 주장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는 이를 어딘가로 미룰 수 없이 자국 안 어딘가에는 설립해야 하는 제한적 상황에 처한다.

다시 말해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에 이로운 결과만 가져다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보면 또 다른 집단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에게 경제적 선택은 기업가와 달리 ‘제로섬’ 게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아무리 큰 기업을 운영하더라도 국가 경제의 복잡성과는 견줄 수 없다고 크루그먼은 말한다. 크루그먼은 아무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실질적으로는 중점 사업으로 통일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결국 기업은 아무리 복잡해도 이익을 창출하는 주된 분야가 있고, CEO는 이에 대해 전략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안에 속한 경제적 분야와 기업들은 너무도 다양해 이들 전체에 대한 통일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국가의 지도자는 기업가들처럼 ‘전략’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의 시각처럼 몇 가지 ‘대원칙’을 수립해 놓고 여기에 따라야 한다고 크루그먼은 설명한다.

이런 차이들을 토대로 경제 석학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사업 경험이 곧 나라 살림을 잘 꾸리는 대통령이 될 배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가 간의 무역은 기업이 시장을 대하는 것과 다르게 주고 받는 체제다. 이를 고려할 때 트럼프의 정책은 보복 관세로 오히려 미국의 경제를 기울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국가를 이끌 때는 ‘이익만 높이고 손해는 안 볼 수 있는 정책’을 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가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요청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과 멕시코 양국이 보호무역에 나선 미국에 같은 수준의 관세로 보복에 나설 경우 2019년말 미국 경제규모는 4.6%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일자리는 700만 개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9.5%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전문가들도 최근 트럼프의 국가 경제 관리 능력에 낮은 점수를 줬다. 22일(현지시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경제 석학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경제정책조사’ 결과를 보면 ‘누가 대통령으로서 경제정책을 가장 잘 시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응답자 414명 중 55%가 힐러리를 지목했다.

트럼프는 3위에 그쳤다. 두 번째로 많은 15%의 응답자가 자유당 대선후보 개리 존슨을 꼽았고, 트럼프는 14%에 그쳤다. 녹색당 대선후보 질 스타인은 표를 받지 못했다.

트럼프의 기업가 경력에 기대를 건 유권자들의 생각과는 온도 차가 있다. 지난 5월 폭스뉴스가 발표한 대선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경제 분야를 놓고 대통령직을 더 잘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53%가 트럼프라고 답했다. 힐러리는 41%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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