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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벼운 음주에도 경고음 울리는 세계보건기관] 음주 가이드라인 강화에 주류업계 울상
“적은 술도 건강엔 치명적”경고에
英, 일일 권장량 週 단위로 변경
디아지오등 규제법제화 막기 분주



가벼운 음주도 암이나 당뇨 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주류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보건기관이 음주권장량을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면서 주류업계가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이달 일일 음주권장량을 주 단위로 바꾸고, 가급적이면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을 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최근 적은 양의 음주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뤄진 조치다.

영국 정부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댐 샐리 데이비스는 지난 1월 “술을 마실 때마다 유방암에 걸리는 것 같다”라며 “적정 음주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의 음주 가이드라인 강화로 영국의 주류회사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러시아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적정 음주량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지정하면서 러시아 맥주 산업의 매출은 급속도로 급감했다. 세계 맥주 양조회사인 SAB밀러는 최근 아프리카 대륙의 말라위와 보츠와나에 맥주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주류세를 내게 됐다. WHO가 설정한 음주 권장량 때문이었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은 주류업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세계 주류업계가 그동안 담배업계보다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적정량의 음주는 심장병 및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라는 연구결과 덕분이었다. 1995년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적정량의 음주는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는 입장에 서면서 미국에서는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다. 학계에서 이 연구결과에 동의하면서 음주를 즐기는 문화는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학계는 ‘음주가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라는 연구결과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보스턴대 제약학과의 팀 나이미 교수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음주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실험한 결과, 음주가 심장질환을 예방해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밝혔다. 지난 2004년 미국 학술지인 ‘미 병역학지’ 9월 1일자에서 미국과 브라질 학자들은 “적절한 음주에 의한 심장질환 위험 저하 효과는 유독 백인들에서 두드러진다”라며 음주가 심장보호 효과가 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WSJ는 세계 프리미엄 주류회사인 디아지오 PLC가 주류회사의 광고를 금지하고 경고문구 부착 의무화 등의 안건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동참하며 '건전음주'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힘쓰고 있다.

AB인베브와 디아지오, 하이네켄NV와 페르노드 리처드 등 주요 주류업체들은 5540만 달러(약 620억 원)를 투입해 음주와 건강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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