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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우병우 딜레마 ②] 현직 민정수석, 오전엔 ‘수사’하고, 오후엔 '보고'할 판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할 경우 중립성ㆍ공정성 논란 불가피

-별도 ’특별수사팀‘을 꾸린다고 해도 공정성 논란 종식은 어려울 듯

-특검 도입 가능성 있으나, 또다시 검찰 신뢰에 치명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을 넘겨받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다. 수사의 시작 단계인 배당조차 못하고 있다.

앞선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을 직권남용ㆍ횡령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다음날 한 보수단체는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설명= 김수남 검찰총장.]

검찰을 포함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게 된 검찰은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하는 주요 사건은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에 보고된다. 오전엔 수사 대상이던 사람에게 오후엔 수사 내용을 보고해야하는 상황이어서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직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이 내용을 언론에 흘린 혐의를 받는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까지 얽혔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중대한 위법행위”, “국기를 흔드는 일”을 저지른 인물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청와대에 반기를 든 인물로 판단했다. 행정부의 일부인 검찰이 이런 인물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김 검찰총장의 결정은 따라서 애초에 중립성,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판단이다. 향후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먼저 통상적인 업무처리 흐름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와 조사1부,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장 큰 검찰 수사조직으로 고위인사, 대형 비리 등 수사를 맡아온 베테랑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부서엔 검찰 출신인 우 수석과 가까운 동료, 후배 검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우 수석은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주요 인사를 좌우하는 권한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어느 수사팀도 ‘우병우 라인’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대로 수사 대상자가 자신의 수사 상황을 파악해 통제할 수 있는 민정수석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는 점에 대다수가 공감한다.

김 총장은 따라서 우 수석과 인연이 없는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처리 방향도 민정수석실에 상시적으로 보고하지 않도록 해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검찰이 과연 청와대와 대척점에 서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국회에서 특검을 발의해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 “빨리 특별검사에 넘기는 게 옳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우병우 특검 야3당 공동안 마련 및 우병우 특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국회의장에게 공동요청 할 것”을 야3당에 제안했다.

이 경우에도 검찰에 대한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직 권력 앞에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하는 한계를 또다시 확인한 셈이어서다.

어떻게 되든 고위 공직자 수사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이 고위 공직자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기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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