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트럼피즘’이 빛을 잃는 모양새다. 한 때 기행과 막말에도 도널드 트럼프에 환호했던 미국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펜실배니아와 오하이오 등 경합주에선 흑인들의 지지가 0%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에 열광했던 미국인들이 냉정을 되찾으면서 미국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솔직함’과 ‘가식없음’이 주는 매력만으로 대통령 후보를 낙점하지 않는 분위기다. 변화의 바람은 트럼프가 이라크전 전사자 부모에 대한 무슬림 비하 발언을 한 뒤 세차게 불어 왔다.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비판이 대거 쏟아졌다. 

‘집단의 이익’에서 한 발 떨어져 적합한 대통령 후보를 고심한 이들의 결단이 트럼피즘의 몰락에 한 몫 했다. 전사자 부모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 이후 상원의원, 거액 기부자 등 공화당 인사들은 “정당보다 국가”를 내세우며 앞다퉈 힐러리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가 무엇을 말하든 그의 뒤를 밀어줬던 여론의 변화와 맞물려 반(反) 트럼프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본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유권자들이 ‘구호’가 아닌 ‘공약’을 차분히 살펴보게 된 것 또한 표심을 흔드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경선 초반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칠 때 유권자들은 ‘어떻게’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외치는 보호무역주의가 실제로는 보복 무역때문에 미국 경제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나, 트럼프의 주장이 지니는 오류, 말 바꾸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변화를 감지한 트럼프도 달라졌다. 최근 유세 중 개인적인 아픔을 유발한 발언들에 대해 후회한다며 처음으로 과거 막말 발언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 세금을 포함한 경제 정책도 공화당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무난하게 내놓았다.

냉철해진 미국 유권자, 이에 대응한 트럼프. 선거 막바지 힐러리가 격차를 벌리며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에 전 세계의 눈이 모인다. 여전히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그들의 마지막 판단은 현재 미국 사회의 ‘진짜 생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표다.

smstor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