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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폭염은 기상청 탓?
“왜 이렇게 더워요?”

수 년만에 만난 지인이 반갑다는 인사 대신 덥다며 헐떡이는게 좀 우스웠다. 서울의 기온이 36도까지 오른 날이었다. 그래도 그이가 머물렀던 도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열도의 나라, 50 도까지 올라간다는 쿠웨이트에서 왔다면 ‘이쯤이야’ 라고 말해야 옳다. 그런데도 그이는 정말 못참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연일 폭염에 ‘언제나 물러나려나’ 기상청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금요일, 서울 도심에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폭발했다. 우산을 챙겨나오지 못해 사람들은 옷을 흠뻑 적신 채 비를 피하려 메뚜기처럼 뛰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어떻게 계속 예보가 틀려” “ 비싼 장비 구입했다더니 어떻게 된 거냐” “ 이런 예보를 믿고 생계를 꾸려야 할 사람들 생각해봤냐” 는등 비난이 쇄도했다.

기상관측이 첨단장비만 있다면 다 해결될까?.

최근 선진적인 연구들을 보면 날씨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기후변화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어 놓는 결과들이 나와 간단치 않다.

2014년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구름위의 연구소’를 보면, 그 비밀들이 이제 하나 둘 밝혀지는 단계다. 이 다큐멘터리는 매력적인 영국 여성기상학자 펠리시티 애스턴이 이끄는 원정대가 첨단과학기기로 무장한 비행선을 타고 다양한 기후를 보여주는 미국을 횡단하며 각종 실험을 수행한 과정을 보여준다. 애스턴 원정대의 놀라운 실험 중 하나는 멕시코만의 허리케인이 과거보다 왜 자주 더 격하게 발생하는지다. 

이를 위해 애스턴은 우선 휴스턴으로 날아갔다. 중공업이 발달한 휴스톤은 대기질이 안좋은 곳 중 하나. 연구팀은 더러운 구름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가 최고치에 달한 걸 확인한다. 구름 속 물방울 입자크기는 평균 6마이크론. 플로리다의 깨끗한 구름의 물방울 입자가 10마이크론이니 굉장히 작다. 더러운 구름이 밀도가 더 높고 더 많은 물방울이 들어있다는 얘기가 된다. 구름 속에 물방울이 많이 들어있을수록 물방울들은 더 많이 햇빛을 반사시키고 땅과 바다에 도달하는 열은 줄어들게 된다. 오염된 구름이 바다를 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과거보다 해수면 온도는 더 상승했고 허리케인은 더 강하다. 여기에 미스테리가 있다.

애스턴이 확인한 과거 수십년 동안의 오염도를 보면 과거 오염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허리케인 발생률이 떨어진다. 환경법 덕에 미국 대기질이 개선되면서 밀도높은 구름이 줄어들어 바다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간 것이다. 허리케인이 증가 추세에 있는게 아니라 대기오염으로 억제된 게 이제 정상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고 놀라운 결과다. 또 미생물학자 크리스 반 턴킨의 실험은 구름속에 비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박테리아다. 구름 속 박테리아의 존재도 놀랍거니와 박테리아가 단백질의 생성을 촉진해 비를 형성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러니 기상청 탓은 그만하자. 우리 환경과 대기질에 대한 기초연구가 우선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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