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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가 찍은 ‘K아트 선봉’ 두 남자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코디 최·이완 낙점

‘문화 정체성’과 싸워온 코디 최
맹목적 서구화 향한 비판적 시각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 등에 담아

‘불가항력’과 싸워온 이완
‘레이디 디올…’ 로 물질만능 환기
선택 강요받는 단절된 작업 담론화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간 국내에서 전시 활동이 활발한 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나서게 됐다. 코디 최(Cody Choiㆍ55)와 이완(37) 얘기다. 코디 최와 이완 작가가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2017년 5월 13일~11월 26일)’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다. 한국관 커미셔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감독은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42) 씨가 맡는다. 이대형 감독과는 물론, 작가끼리도 일면식이 없었던 이들의 협업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그간 해 왔던 두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사진제공=PKM갤러리]

▶코디 최, ‘문화 정체성’과 싸우다=코디 최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중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LA아트센터 칼리지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며 작업활동을 해 왔고,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맹목적 서구화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문화 정체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오래 해 왔다.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1994~2004)로 재직했고,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에서 강의도 했다. 교재로 쓰기 위해 집필했던 ‘20세기 문화 지형도’(2006)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다. 이 때문에 미술가보다는 문화이론가로서 더 알려져 있기도 하다.

코디 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표작인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ㆍ1996)’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제 소화제 ‘펩토비스몰’ 수만통으로 적신 화장지를 뭉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TV가 귀하던 어린 시절, 그 때 방송은 70~80%가 미국 드라마였어요. 월트디즈니 만화부터 주말의 명화까지, TV만 틀면 서양사람이 나와 한국말(더빙)을 하죠. 중학교를 들어가서 제일 먼저 보게 된 건 미국여자의 누드였어요.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같은 거요.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서양 여자들이 다 그렇지 않다는 걸. 미디어의 ‘저질정보’가 미(美)의 기준을 결정했던 거죠.”

코디 최 작가. [사진=윤병찬 기자]

그는 “우리 모두 서양문화에 대한 환상 속에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환상은 미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시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결국 병이 났다. 오래도록 위장병을 앓게 됐다. 그래서 먹게 된 게 소화제다. 그리고 이 소화제를 작품의 소재로 옮겨가게 됐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이후에는 고민이 더 많아졌다. “행여 허황된 것에 마음을 뺏길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비엔날레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그런 곳에 나갔다 왔다고 폼잡지 말라는 애기를 수천번은 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제가 하게 됐으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네요.”

‘Product’시리즈[사진제공=이완]

▶이완, ‘불가항력’과 싸우다=이완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2014) 수상자다. 그런데 이완을 더 유명하게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지난 4월 연 미술전시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였다. 광주 충장로 번화가를 배경으로 젊은 여성이 디올 토드백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찍은 이 사진은 ‘김치녀’ 같은 여성 혐오 메시지로 읽히며 한동안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그러나 디올 측에 의해 이 작품이 내려지면서 논란은 빠르게 식었다. 논란은 논란으로 소비됐을 뿐,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담론의 장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작품은 팔렸다. 그것도 세계적인 슈퍼리치 컬렉터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이 사 갔다.

이완은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불러 온 사회적 현상들을 파고 드는 작가다. 디올 작업 역시 상위를 욕망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취향없는 소비 문제를 건드린 작업의 일환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를 ‘불가항력’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입은 옷, 내가 마시는 커피,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과연 정말 내가 선택한 것들일까요? 우리는 커다란 인공 구조물 안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벗어날 수가 없죠.”

이완 작가. [사진=윤병찬 기자]

그는 대형마트를 상징적인 구조물로 생각했다. 수많은 제품을 선택, 구매할 수 있지만 실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생산품들이라는 것. 그래서 시작된 게 마트 작업이다.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재가공하고 다시 이것을 담론으로 소비시키는 것이다. 생닭을 갈아서 야구공으로 만든 작업(2008)이 대표적이다.

최근 작업은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다. 주로 “전통은 없다”는 주제를 다룬다. 한국민속촌에서 짚신을 만드는 장인은 실은 진짜 짚신 장인이 아닌 민속촌 직원에 불과하며, 그 장인으로부터 작가가 직접 짚신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단절된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부처님 38만원’, ‘비로자나불 35만원’ 등 황학동 시장에서 발견한 종교 상품들을 찍은 사진은 최근 ‘프로덕트(Product)’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개성 강한 작가지만 “베니스는 두 명의 개성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구분지었다. 오히려 베니스비엔날레는 “기획자의 전시이고, 그 기획에 맞게 작업을 조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여기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작업을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베니스를 통해 뭔가를 보여주려는 큰 욕심 같은 건 없어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양보하고 서로 도움을 주면서 맞춰가고 싶어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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