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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스하우스 전성시대…“로망은 잠깐, 희로애락의 공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도심에서 즐기는 전원생활,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의 만남, 주택시장 새바람….

주택업체들이 테라스하우스(terrace house)를 마케팅하며 저마다 가져다 쓰는 미사여구다. 소수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테라스하우스가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업체들은 테라스가 가져다 줄 프리미엄을 설득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중소형 주택형인데 테라스까지 갖춘 ‘테라스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엔 100% 테라스하우스로 된 뉴스테이도 등장했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름에 ‘테라스’를 명시해 분양한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16개 단지 4725가구다. 한 건설사 마케팅 담당자는 “마치 명품이 나온 뒤 보급형 모델이 쏟아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테라스하우스의 장점과 단점은 뭘까. 테라스하우스 거주자들을 만나서 이 질문을 던졌다.

은희민 씨의 테라스. 준공 당시엔 시멘트 바닥이었던 이곳에 목재데크와 인조잔디를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가족들과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온전한 나만의 공간 = 온전히 가족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테라스하우스 거주자들의 거주만족도는 꽤 높다.

지난 18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만난 은희민(41ㆍ의사) 씨는 “하나씩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GS건설이 지은 테라스형 연립주택 꼭대기(4층)에 살고 있다. 복층형 구조로 된 전용면적 84㎡짜리 집인데, 계단을 올라가면 70㎡쯤 되는 디귿(‘ㄷ’)자 형태의 테라스가 나온다. 은 씨는 테라스의 앞면과 옆면에 목재 데크를 깔고 철제 난간에는 방부목을 덧댔다. 나머지 일부 공간엔 인조잔디를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뒀다. 직접 모든 작업을 했다. 덕분에 업자에게 맡기면 2000만~3000만원 들어갈 비용을 4분의 1로 줄였다. 은 씨는 “에어풀 두고 여름 내내 아이들 수영장 활용했다”며 “가끔은 가족들과 작은 바비큐 파티도 연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작년에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의 테라스하우스로 이사한 김기동(35) 씨는 “테라스가 있으니 두 딸이 일단 좋아하고 안전하게 뛰어 놀기도 좋다”고 했다. 이곳으로 옮겨오지 전까지 김 씨 가족은 서울에 있는 평범한 아파트에 살았다. 하지만 첫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 가까운 곳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처음엔 마석 쪽 전원주택을 알아봤지만 주변에 학교가 없고 기반시설도 부족했다”며 “서울보다 자연에 가까우면서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이곳 테라스하우스로 결정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은 씨의 테라스는 ‘ㄷ’자 구조다. 전면에는 자녀들을 위한 수영장을 만들었다. 뒤편에는 작은 텃밭을 꾸몄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관리비는 무조건 비싸다? = 테라스하우스는 일반 주택형보다 분양가가 20~30% 가량 높다는 게 업계의 통념이다. 그러면서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관리비 항목 가운데 공용관리비는 단지의 총 가구수로 배분되는 구조라, 규모가 큰 단지일수록 저렴해진다. 최근 공급이 활발한 테라스 아파트나, 연립주택형 테라스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수백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때문에 테라스가 있더라도 공용관리비 ‘폭탄’이 생기긴 어렵다.

은희민 씨는 복층형 테라스하우스에 살지만 매달 20~3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낸다.

다만 각 집마다 쓴 만큼 내는 세대관리비는 그야말로 ‘관리’가 필요하다. 가구의 전용면적이 넓다면 아무래도 수도나 전기요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예 가구별로 소규모 발전시설을 시공 단계부터 설치해 이 고민을 해결하는 곳도 있다. 김기동 씨가 살고 있는 호평의 테라스하우스가 그렇다. 이곳의 다른 주민 김용무(38) 씨는 “각 세대에 설치된 연료전지로 자가발전을 할 수 있다”며 “6월 총 관리비가 26만원 나왔는데, 주상복합아파트 관리비(30만원)보다 적어 놀랐다”고 했다.

김기동 씨의 테라스는 자녀들의 놀이터다. 둘레에 폭이 50cm쯤 되는 화단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온전히 내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더불어 살아야 더 즐겁다 = 테라스하우스 거주자들은 테라스의 ‘로망’은 잠깐이고 그 안에서의 삶은 현실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아무리 테라스가 있더라도 온전히 독립된 단독주택은 아닌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끼리 지킬 점을 정해놔야 서로 웃으며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은희민 씨는 “최근 동대표를 뽑아서 테라스형 세대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할 때도, 숯 대신에 연기가 안 나는 야자탄을 사용하는 식으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기동 씨의 테라스하우스 주민들도 최근 소통을 시작했다. 김 씨는 “누군가 테라스에 큰 나무를 심어놓으면 가지가 아랫집까지 내려와 피해를 보기도 한다”며 “의견을 모아서 룰을 정하려고 한다. 각 가구마다 하자보수가 필요한 부분도 관리업체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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