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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김성진 논설위원] 스포츠강국보다 스포츠천국이 부러운 이유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수영강사가 되고 싶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31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하며 밝힌 다음 목표다. 2000년 시드니부터 이번 2016 리우까지 모두 5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3개 등 28개의 메달을 따낸 금세기 최고의 스포츠스타 펠프스. 그의 포부라기엔 너무 소박해서 농담처럼 들릴 정도다.

만약 한국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업적을 세운 스포츠스타가 있다면, 그가 고작 31세에 은퇴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최소한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 혹은 체육행정가, 어쩌면 정계의 러브콜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런 인물도 있었다. 평범한 수영강사는 옳고, 지도자는 그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

수영황제를 만든 것은 최고의 시설과 코칭스태프, 본인의 재능이었겠지만, 어린 펠프스를 수영으로 이끈 것은 생활체육 시스템이었다. 펠프스는 어머니 아래서 두명의 누나와 자랐고, ADHD(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치료를 위해 수영장에 데려갔고, 물을 꺼려하던 펠프스가 이를 극복하고 재능을 발휘하면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취미로 출발해 최고의 선수가 된 예는 펠프스만이 아니다. 서구의 슈퍼스타들은 모두 저렴한 가격에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제도를 통해 꿈과 기량을 키웠다.

선수도 당연히 학업을 병행하고, 스포츠와 무관한 직업을 갖고도 짬을 내 기량을 발전시킨다. 그러다 국가대표까지 오르는 서구의 시스템은,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 다르다. 

일단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많지않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정도를 제외하면 경기장도 클럽도 찾기 힘들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핸드볼이나 하키, 사격, 양궁, 펜싱을 배울 곳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나. 외국처럼 아주 적은 비용으로 즐기다 소질이 보이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등록선수가 되는 자연스런 과정이 우리나라엔 없다. 해 본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종목에 흥미를 갖기는 어렵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열려야 ‘비인기 종목’을 제대로 관전하는 이들에게 “왜 프로스포츠만 좋아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전문선수들은 개인생활이 거의 없다. 오직 훈련과 경기, 대회에 대비하며 살아간다. 국가대표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은메달에도 동메달에도, 억울해하고 눈물을 쏟는다. 금메달을 놓치면 죄송하다고 하고, 금메달을 못따면 비난하는 ‘메달지상주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외국선수들과 언론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게임에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팬들도 결과에 관계없이 박수를 보내는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관전자에 머물러야하는 현실은 아쉽다.

지금도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 지 모르고 살아가는 이도, 운동을 즐기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때문에 포기한 이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도 유럽같은 생활체육시스템이 있었다면? 올림픽 금메달 10개 따는 ‘스포츠강국’ 간판보다, 동네마다 체육관이 있는 ‘스포츠 천국’이 개인적으로 훨씬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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