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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에서 태어난 게 죈가요…집에 머물 수도, 집을 떠날 수도 없는 아이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집에 머물 수도, 집을 떠날 수도 없다”

수단 출신의 화가 칼리드 알바이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8일(현지시간) 내전으로 잿더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쉬의 모습과 지난해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3살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을 그린 삽화를 이 같이 설명했다.

5년 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터키 해변가에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에 이어 시리아 알레포의 무너진 건물잔해 속에서 구조된 소년 옴란 다크니쉬의 모습은 내전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진설명= 집에 머물 수도, 집을 떠날 수도 없는 시리아 아이들 .그림=칼리드 알바이흐 작(作)]

다크니쉬의 충격적인 모습은 알레포미디어센터(AMC)의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다크니쉬는 울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다. 주변을 두리번리던 다크니쉬는 자신의 이마에 난 상처를 만져보고 나서야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붕 위로 폭탄이 내려오는 일이 일상이 된 다크니쉬는 슬픔도, 분노도, 고통도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이날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군이 가한 공습으로 알레포에서는 4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총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텔레그래프는 다크니쉬가 M10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같은 날 밤 퇴원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다크니쉬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17일 공습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다크니쉬의 집은 이날 공습으로 붕괴됐다.

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는 시리아의 ‘스탈린그라드’라고 불린다. 내전의 최전선이라는 뜻이다. 시리아와 러시아군은 도시를 봉쇄하고 연일 폭탄을 쏟아붓고 있으며 쿠르드 반군과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도 잇달아 폭격을 가해왔다. 
[사진설명=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군이 알레포 카테르지 지역에 가한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쉬 [사진=알레포미디어센터(AMC)]

이로 인해 알레포에서만 4500명의 아동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011년 3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부터 지난 달까지 사망자가 29만 2817명으로, 어린이는 1만 4711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매일 머리 위로 들려오는 포탄의 소리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시리아 국민들은 자신의 집을 버리고 ‘난민’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민의 길이 평탄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터키 해변가에서 발견된 3살배기 쿠르디의 시신은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낙후된 보트, 트럭을 통해 망명길은 아이들에게 죽음으로 향하는 또다른 길이 되기도 한다.

유엔이 파악한 시리아 난민 아동 5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난민캠프에서 인권을 착취당하거나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9일 공개된 나우루 공화국의 난민수용소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19월까지 2년 간 발생한 인권유린사건 2116건 중 1086건이 난민 아동과 관련된 건이었다. 나우루 공화국 난민수용소에 있는 미성년자 난민의 비중은 18%에 그친다.

유로형사기구인 유로폴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유럽으로 이주해 등록을 마친 난민 아동 가운데 약 1만 명이 실종됐다. 시리아 난민인 누어 사이드(26)는 지난 16일 서울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부에서 진행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난민을 밀입국시키는 업자들이 난민들을 살해하고서 그들의 장기를 적출해 팔아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아동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일본의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는 난민을 조롱하는 삽화를 그려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림에는 “남의 돈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다. 그래, 난민하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분노는 잠시뿐이었다. 하시미 도시코의 삽화는 일본 아마존에서 예약주문 1위를 기록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미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난민 아동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라고 시사했다.

AP 집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지난 5년 간 시리아인 25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매체는 내전 직전 인구 2300만 명 중 절반이 피란생활을 하고 있고 이 중 480만 명이 해외를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분쟁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인 타키르 샤리프는 “이곳에서는 매일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라며 “시리아인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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