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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안심거래 ‘에스크로제’ 아직 갈길 멀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결제하면, 대금은 판매자에게 곧바로 가지 않는다. 해당 쇼핑몰이 지정한 은행으로 일단 전송된다. 그리고 나면 물건이 발송되고, 택배를 받아 본 구매자는 제품에 하자가 없다면 ‘구매확정’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은행에 머물렀던 결제대금은 판매자에게 송금된다.

온라인 상거래에서 이미 활성화 된 에스크로(Escrowㆍ결제예금예치)제의 구조다. 이 에스크로를 부동산 거래에서도 활성화하려는 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리잡은 ‘안심결제’ 수준의 부동산 에스크로 시범상품이 올해 말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초부터는 부동산 거래에서 활용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사진=123rf]

에스크로를 거래과정에 적용하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주고 받는 계약금을 비롯한 각종 거래대금(중도금ㆍ잔금)은 일단 공신력을 갖춘 금융기관 등 ‘제3자’가 일시적으로 보관한다. 이후 부동산 소유권이 문제 없이 매수자에게 옮겨졌음이 확인되면 비로소 거래대금이 매도인에게 전달된다.

국토부는 주요 은행이나 보험사 등과 만나 에스크로 상품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국토연구원은 에스크로와 권원보원 등을 활용한 안심거래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무등록 중개행위 방지 ▷거래분쟁 차단 등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올해 초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에스크로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부동산 거래 안정성과 소비자 안전망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 부동산 에스크로는 국내에서 아예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공인중개사법에 에스크로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있으나 실적은 전무(全無)하다. 그렇게 유명무실했던 에스크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시장 상황이 변한 탓이 크다. 원룸 월세시장을 중심으로 중개인을 거치지 않은 직거래가 늘어나며, 소비자 피해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애초에 국토부는 부동산 권리관계 조사와 결제대금 예치를 포함한 ‘높은 수준의 에스크로’를 상정하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난색을 표했다. 권리분석까지 포함되면 거래 당사자들의 문제제기가 늘어나고, 자칫 금융기관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구했는데 은행이 거래 대상물인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깊게 관여하게 되면 그만큼 소송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내부적으로도 각 부서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에스크로에 따른 수수료도 극복할 문제다. 현재는 수수료가 거래대금의 0.4%를 웃도는 수준으로 소비자들이나 업계에선 사실상 ‘제2의 중개수수료’로 간주하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수료를 최대 절반까지 낮추는 게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연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뭐든지 ‘선급’을 하는 게 관례로 굳어진 국내 거래관행에 맞춘 대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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