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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장] 한국사회의 건강진단서
찜통더위다. 무더위 속에서 짜증과 답답함이 몰려온다. 뉴스도 날씨만큼 답답하다. 상쾌한 뉴스가 없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통합지표분석결과는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곤경에 처했다면 당신이 도움받기를 원할 때 의존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예’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사회적 관계점수는 10점 만점에 0.2점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사회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독사회’란 증거다. 고독사회인 한국은 사회적으로 건강한가. 대답은 ‘아니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각종 사건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옥시사태,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길거리 묻지마 폭행, 버스의 승용차 추돌 사망사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혼자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개인의 안전을 천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이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안전을 믿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둘째 한국사회는 열려있지 않다. 신분상승이 가능한 사회가 열린사회고, 신분상승이 불가능한 사회가 닫힌사회다. 한국사회에서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건재하다고 믿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신조어들이 그냥 웃자고 나온 것이 아니다.

셋째 한국사회는 불공정 요소가 여전하다. 공정하다는 것은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음에도 한국사회는 갑의 부당한 횡포가 여전하다. 불공정 행위의 대표적인 지표는 ‘갑질’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 회항사건,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미스터 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 현대와 대림건설 3세 경영인들의 운전기사 학대 등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힘이 약한 상대방을 괴롭힌 사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넷째 한국사회는 통합과 거리가 멀다. 2015년 한국의 갈등지수는 OECD 25개국 중 5위로 나타났고, 연간 사회경제적 손실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 가정갈등은 높은 이혼율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갈등조정자가 아닌 갈등조장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갈등, 노사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계파갈등, 학내갈등 등 한국사회는 온통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

다섯째 한국사회는 소통에 익숙치 않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족 간의 대화시간은 하루 평균 30분에 불과하고, 6명 중 1명은 거의 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단절은 가족단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사전 의견수렴이나 설득과정 없이 ‘선 결정 후 발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반발에 부닥치는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 아닌가.

무엇보다 한국사회는 ‘행복사회’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행복 순위는 평가항목이나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세계에서는 50위 밖이다. 행복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의 하나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과 영아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그러나 사회적 건강수준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불량한 상태다.

개개인이 건강해도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사회적 건강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다.

경제는 다시 좋아질 수 있지만 무너진 사회적 건강은 회복이 쉽지 않다. 병들어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특단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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