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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올림픽 승부와 기업경영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갔다.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 나선 한국축구 말이다. 한국은 볼 점유율 64%의 압도적 우세속에 전체 슈팅 수 16대 6의 격차로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국 소득이 없었다. 반면 온두라스는 수비에서 허리, 오른쪽 날개로 순식간에 이어지는 역습 한 방으로 4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 결과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임을 웅변한다. 온두라스 감독 루이 핀토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번개같은 역습으로 ‘축구 변방’ 코스타리카를 8강에 올려놓아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40년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한국 여자배구의 꿈이 물거품이 된 것도 상대인 네덜란드 지오반니 구이데티 감독의 여우같은 용병술 탓이다. 네덜란드는 올림픽 예선과 연습게임에서 한국에 2패1승으로 열세였으나 우리의 ‘약한 고리’(레프트 공격수의 리시브 불안)를 꿰뚫어 보고 이곳을 집중 공략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양궁·태권도·레슬링과 더불어 ‘올림픽 4대 효자 종목’이라 불리던 유도가 16년만에 ‘노 골드’의 불명예를 안았다. 세계랭킹 1위 4명과 2위 1명이 출전해 ‘유도 어벤저스’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기에 실망이 더욱 크다. 유도 종주국 일본을 피하려고 각종 국제대회에 대표 1진을 내보내 세계 랭킹은 올려놓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과 플레이 스타일이 경쟁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 게 패착으로 꼽힌다.

스포츠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라 하겠다. 그러나 기업의 세계에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휴대폰의 제왕이었던 노키아, 워크맨 신화의 소니,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디지털 기기의 역습에 한방에 훅 갔다. 화웨이ㆍ샤오미 등 중국의 스마트폰 강자들은 지금도 삼성 갤럭시S폰의 약한 고리가 어딘지를 ‘매의 눈’으로 보고 있다. 

리우올림픽에는 우리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승부사들도 많다. 남자 탁구의 정영식(세계 12위)은 세계 탁구계를 호령하는 중국 선수들과의 일전에서 거침없는 투지로 맞서 네티즌들 사이에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리우에 가기전 주변에서 “어차피 중국엔 안되니 메달 따려면 일본이나 독일을 연구하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중국 선수들을 타깃으로 죽으라고 연습했단다. 삼성이 스마트폰 창시자 애플과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은 것과 비견된다. 일류를 꿈꾸지 않으면 영원히 2류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세계 사격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는 경기장에서 빨간색 역도화를 신었다. 좌우 균형 잡는데 이만한 게 없다고 한다. 상식파괴의 융합이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우리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의 생태계에서 승자가 되려면 이같은 이종교배가 활발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차는 모두 기계와 IT의 이종교배 아닌가.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한국 양궁은 예측불허의 바람과 정신을 혼미케 하는 소음 등 최악의 환경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신궁의 경지를 지향해 왔다. 우리 기업들도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처럼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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