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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본, 허술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으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에 ‘면죄부’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5년 전(2011년) 수행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유해성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의 결론을 빨리 내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CMITㆍMIT 성분의 독성이 발현되는 실험 조건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CMITㆍMIT는 해외 연구기관의 다양한 임상실험에서 이미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사실상 정부기관의 책임방기로 유독물질이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 담당자들이 해당 실험 직전 주고받은 메일을 입수,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흡입독성 실험은 가습기 살균제가 분사될 때 발생하는 ‘나노입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험실 내부에 주입, 실험용 쥐의 기관 손상 상태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때 화학물질별 독성 발현 여부는 실험실 내부에 주입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정 의원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시 실험실 내부에 주입된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가 CMITㆍMIT 성분의 독성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는 점이다. CMITㆍMIT의 무독성량(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실시했을 때 어떤 경우에도 유해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는 최대 용량)은 0.34㎍/ℓ다. 그러나 흡입독성 실험에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는 단 1.80㎍/ℓ로, CMITㆍMIT를 0.16㎍/ℓ 밖에 함유하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CMITㆍMIT의 독성이 발현될 수 없는 실험 구조다.

그 결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만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당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또한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ㆍ판매사에 집중됐다. CMITㆍ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및 완제품(가습기메이트, 위 실험에 사용된 제품과 동일)을 제조ㆍ판매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가 정부의 수사망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최근 “(CMITㆍ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는 PHMG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며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 전ㆍ현직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실험을 수행했던) 안전성평가연구소가 ‘하루빨리 결론 내려야 했던 터라 다양한 농도하에 실험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며 “질본의 실험이 CMITㆍ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된 꼴이다. 질본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CMITㆍMIT 성분에 대해 추가실험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왜 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2년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CMIT·MIT는 공기를 통해 접촉해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덴마크의 국립 알레르기 연구센터 등이 연구한 결과다. 이 결과를 근거로 연구진은 ‘기존 위험성 평가를 재평가하고, 안전한 농도 규정을 마련하거나 모든 제품에서 이 성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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