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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두 얼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외부에 적을 만들고 민중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6일 밤 BS 닛테레(日テレ)의 ‘심층 NEWS’에 패널로 출연한 가타야마 모리히데(片山杜秀)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무명의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인데 그것을 한국과 중국이 이용해 역사논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 국회의원과 지식인층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분노한 것은 한국과 중국뿐만이 아니다.

광복절이 지난 17일까지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17일 자정 BS닛테레에서는 “처음부터 배우는 ‘야스쿠니 문제’”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가타야마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외교적 문제가 된 배경에는 일본의 전범문제가 아닌 한국과 중국 정부의 여론몰이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당국이 일본을 ‘외부의 적’으로 만들어 자국의 여론을 단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설명=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시민들]

반면 종교학자 시마다 히로미(島田 裕巳)는 1978년 ‘A급 전범’들의 합사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들이 오랫동안 합사되지 않았지만, 당시 새로 궁사(신사를 관리하는 사람)가 된 마쓰다이라 나가요시(松平永芳)가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며 (A급 전범들의) 합사를 추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야스쿠니 신사를 단순히 ‘참전 사망군인들을 추도하는’ 시설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제기한다.

야스쿠니 신사를 바라보는 일본 여론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특집기사를 통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혹은 “참배를 드리기 가장 적합한 날이기에”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다는 일본 대중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반면, 마이니치(每日)신문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주요 각료가 참배하면 강한 정치성을 띠게 된다”라며 “300만 명이 넘는 전쟁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가는 이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는 용기와 신념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일 시민단체인 ‘촛불행동 실행위원회’는 지난 15일 도쿄(東京)의 지요다(千代田)구 칸다(神田) 일대에서 종전기념일에 맞이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들에 항의하는 집회시위에 나섰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총 280여 명이었다. 이들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 각료들과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고 일왕제에 반대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아베 정권 하에 우익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전쟁의 길을 허락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고 나선 한일 시민단체. 제공=레이버넷]

아키히토(明仁) ‘일왕’이라는 ‘천황제’에 반대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아키히토 일왕 사진을 영정사진처럼 꾸민 한 피켓은 ‘일왕제’가 과거 초래했던 전쟁피해를 규탄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오사카(大阪) 출신의 재일교포 3세 K 씨(32)는 헤럴드경제에 “한국에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나는 ‘일왕’ 존재 자체가 싫다. 나의 증조부께서는 일본에 의해 강제징용됐다. ‘일왕’이 있기에 전쟁이 있었던 것인데 일본 사회는 ‘일왕’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름끼친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강대국의 위치에 있었던 구(舊) 일본군을 추앙하는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역사미화 움직임이 거센 것도 사실이다. 일본 극우세력은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은 침략ㆍ범죄국가가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극우언론인 산케이(産經)신문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어민 900명을 대피시켜 목숨을 구했다는 증언도 있다”라며 “일본군은 전쟁에서 순직한 것만이 아니라 긍지의 역사가 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일본 인터넷매체 ‘레이버 넷’(Labornet)은 지난 15일 야스쿠니 신사 일대에서 “반 야스쿠니 행동 시위 참가자 수의 10배에 달하는 경찰들이 현장을 제재했다”라며 “극우단체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라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부 극우주의자는 시위대에 페트병을 던지거나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경찰을 폭행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야스쿠니 신사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신사로, 일본 왕실이 나서서 2차 전쟁 및 싸움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기리는 장소이다. 2차 대전 당시 ‘일왕의 참배’라는 특별 대우를 통해 국민에게 일왕숭배와 군국주의를 침투시키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지만 일본 극우세력에게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영혼이 깃든 곳’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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