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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국방장관이 KTX 타면 몸 낮추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7일 KTX를 타고 경북 성주를 가는 것에 대해 ‘몸 낮추기’라며 의미 부여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장관이 KTX를 타는 것에 대해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장관이 전용헬기로 편하게 성주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국방부가 사안마다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헬기가 뜨고 있다.

KTX가 전용헬기보다 저급한 교통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도 수시로 KTX를 이용한다.

장관이 헬기를 타지 않는 것이 군의 수장으로서 제공되는 의전을 대거 생략하고, 성주 주민들 앞에 최대한 몸을 낮추려는 노력이라는 군의 설명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장관이 KTX를 탈 경우에도 장관에 상응하는 의전은 제공된다.

전용헬기를 타지 않는 것이 몸 낮추기라는 군 당국의 자체 해석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국방부 장관 이하 각급 군부대 지휘관들은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헬기가 안락해서가 아니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이 이번에 헬기를 타지 않은 것에 대해 ‘몸을 낮췄다’고 강조한다면, 앞으로 헬기를 타는 각급 군부대 지휘관들은 헬기 탑승에 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전방 격오지를 순시해야 하는 군부대 지휘관들에게 헬기 탑승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국방부의 ‘KTX 탑승=몸낮추기’ 프레임이 이날 있을 사드 간담회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성주 방문에 앞서 국방부 장관이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음을 강조해 이날 별다른 성과가 없더라도 장관이 상당히 노력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국방부의 경북 성주 사드배치 발표(13일) 후 지금까지 정부와 성주 군민들은 끝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국방부는 성주 사드배치가 기본 입장이고, 성주 군민들은 성주 사드배치 철회가 기본 입장이다.

한민구 장관이 17일 오후 2시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간부 등 성주 주민대표 30여명과 갖는 간담회에서도 국방부의 기본 방침은 ’기존에 결정된 성주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성주 주민들이 제3의 사드배치 부지에 대해 요청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주 투쟁위 측은 17일 현재 여전히 ‘사드 철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성주 투쟁위 관계자는 “일단 간담회를 수락했지만, 우리 요구는 사드철회 이외에는 없다”며 “간담회 중에 제3의 장소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 장관은 결과가 뻔한 간담회를 가지면서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한 플랜B도 없이 간담회 전에 KTX 탑승 등을 알리며 기술적 대응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장관이 성주를 방문하면서 진심으로 몸을 낮추려면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표출된 성주 주민들의 민심을 반영해 기존의 입장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면서 “헬기를 타느냐, KTX를 타느냐는 이날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의미 없는 사안을 국방부가 진정 강조하고 나섰다면, 이는 이날 대화에서 국방부가 새롭게 내놓을 카드가 없음을 암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쉽게 말해 이날 장관이 주민들과 대화를 한다며 떠들썩하게 내려갔지만, 정작 가져간 보따리에서 내놓을 건 없으니 KTX를 탄 걸 강조해 별 성과가 없더라도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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